컨설팅 업체인 로디움그룹과 미중관계국가위원회가 공동으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중국의 대미 투자는 297억 달러(약 31조6631억 원)를 기록했다. 이는 2016년 465억 달러에서 36% 급감한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본격화하기 전에 중국의 대미 투자가 줄어든 이유는 중국이 자본 유출을 단속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중관계국가위원회의 스티븐 올린스 회장은 “중국은 약 1년 반 전에 자본 통제권을 행사하기 시작했다”며 “이로 인해 중국 자본이 미국 기업을 인수하는 데 제약이 있었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지난해 부동산, 호텔, 엔터테인먼트 같은 산업 분야에서 중국 기업의 해외 투자를 제한한다고 밝혔다. 최근 중국 금융당국이 글로벌 인수·합병(M&A)의 큰 손인 안방보험을 위탁 경영한다고 밝힌 것도 그 연장선이었다. 중국 보험감독관리위원회는 지난 2월 1년간 안방보험에 대한 위탁 경영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미 투자가 위축된 데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투자를 더 까다롭게 심사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외국 자본이 미국 기업을 통제해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칠지 확인하는데 트럼프 정부 하에서 더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다. 로디움그룹에 따르면 CFIUS가 안보 우려를 제기하면서 작년에 80억 달러 이상의 거래가 무산됐다.
중국의 대미 투자는 올해 전망도 그리 밝지 않았다. 보고서는 “중국 기업들은 미국 투자 확대에 의욕을 보이지만, 중국에서 규제 장애물이 사라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미국을 대상으로 한 중국의 투자 규제는 확실히 높아질 것이고 단기적인 불확실성을 촉발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올린스 회장은 “무역 갈등은 중국인들이 미국에서 사업하는 것에 대해 긴장감을 유발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중국의 대미 투자는 최근 몇 년간 크게 확대됐으나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서는 작은 편이다. 국제투자기구(OII)는 2016년 기준으로 대미 외국인직접투자(FDI) 순위에서 중국이 1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