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를 받으면서, 정말 이 정도 수준이었나 굉장히 충격받았다. 결제 단계에서 아무도 스크린하지 않았고, 발행 주식의 30배가 넘는 규모가 잘못 발행되었는데 점검도 되지 않았다.”
삼성증권 배당 오류 사고와 관련, 금융감독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연 ‘내부 통제를 위한 증권사 대표 간담회’에서 흘러나온 말이다.
문제의 핵심은 비정상적 매매 행위를 걸러낼 수 있는 안전장치가 증권사 내에서 전혀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것. 치명적 사고를 파악하고도 삼성증권의 내부 시스템은 임직원의 비정상적 매도를 막는 데 37분이나 소요했다.
이런 가운데 16명의 삼성증권 직원은 유령주식 501만 주(1800억 원 상당)를 팔아치웠다. 사내 망에 “배당 오류니 팔지 말 것”이라는 경고가 뜬 뒤에도 한 직원은 350억 원어치에 달하는 100만 주를 거리낌 없이 매도해 충격을 더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초단타 매매로 수익을 본 뒤 주식 수만 맞추면 된다고 쉽게 생각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100만 주를 팔고 사 주당 1000원의 차익을 낸다면, 10억 원의 이익이 순간적으로 발생한다. 그는 “만일 미국이나 일본의 글로벌 증권사였다면 직원이 업무시간 중 개인 계좌로 100만 주 매도 주문을 내는 즉시 시스템에서 걸러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직원의 개인적 실수나 탐욕이 아닌, 조직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싱가포르 등의 자본시장 선진국 증권사들은 직원 행동은 물론 거래 행위 등에서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곧바로 경고를 띄우고 거래가 실행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통제한다.
내부통제 시스템이 가장 발전한 국가 중 하나가 미국이다. 한국증권법학회 연구 논문에 따르면 미국은 연방양형지침서를 통해 효율적 내부통제 시스템(컴플라이이언스 프로그램) 설치를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내부 규정 매뉴얼 작성 및 배포 △감독관(고위 임원) 임명 및 관련 조직 구축 △전 직원 관련 교육 실시 △감시 등 모니터링 구축 및 내부 고발제도 등을 실천해야 한다.
매뉴얼 주요 내용에는 주문 입력, 임직원 거래, 불공정거래 금지 등이 구체적으로 서술돼 있다. 특히 컴플라이언스부서는 직원 계좌에서 이뤄지는 모든 거래에 대한 모니터링을 24시간 시행, 위험성이 높은 거래나 규제에 어긋나는 거래가 발견되면 즉시 차단한다.
일본이나 영국 등의 증권사들도 전사적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비, 전 업무 과정에 대해 내부를 통제하고 보고하는 프로세스를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 특히 매년 위험 관리를 포함한 내부통제 체제의 유효성을 평가한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국내 증권사 상당수가 선진 증시 환경에 대한 벤치마킹을 소홀히 해 변변한 조사 자료도 없는 실정”이라며 “증권사 사고가 이어진다면, 결국 우리 자본시장의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