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서는 미국이나 일본 시장과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백화점을 비롯한 오프라인 소매점의 ‘폐점 쓰나미’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롯데백화점은 “지하철 1호선 안양역사 내 안양점 영업권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롯데백화점은 안양점 운영을 위한 30년 임차계약 기간 중 절반가량이 남아 있지만 동일 상권에 2012년 3월 롯데 평촌점이 개장한 이후 매출이 급감하자 정리하는 방향으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유통업계 복수 사업자가 매각에 관심을 보여왔으며, 이 가운데 중견 쇼핑몰 운영업체인 엔터식스패션쇼핑몰(엔터식스)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롯데백화점은 독과점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적에 따라 부평점과 인천점도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며 추가적 점포 정리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마트도 매출이 부진한 경기 일산 덕이점을 3월 매각했다. 앞서 1월 말에는 SSG푸드마켓 목동점도 문을 닫았다. 이마트는 사업 개시 24년 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폐점을 시작해 학성점, 부평점, 시지점과 하남, 평택 부지 등을 매각하는 등 경영 효율화를 위한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 매장의 폐점 행렬은 비단 국내뿐 아니라 미국, 일본 등을 아우르는 전 세계적 현상이다. 미국 대표 백화점 체인 ‘시어스홀딩스’는 올해 초 132년 전통의 시어스 백화점 매장 39곳과 K마트 매장 64곳 등 103개 매장을 폐점했다. 일본 역시 미쓰코시이세탄 홀딩스가 지난해 지바시, 도쿄도 다마시에 이어 올해 3월 말 이세탄 마쓰점의 영업을 종료했다. 2월엔 소고·세이부 백화점이 교외 2개 점포의 문을 닫았다.
오프라인 유통 업태의 쇠락은 전자상거래 시장의 팽창으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헤게모니가 급속히 이동하면서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소매판매액은 440조1105억 원이며, 이 중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92조14억 원으로 20.9%를 차지했다. 올해 1, 2월에는 전체 소매판매액에서 온라인 비중이 각각 24.0%, 22.2%로, 10%대 초중반 수준이던 2016년 대비 10%포인트 가까이 높아졌다. 금액으로는 2조 원가량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백화점 3사의 매출은 2014년 0.7%, 2015년 1.2% 각각 감소했다. 2016년 3.3% 올라 반등했지만 국내 백화점 시장 규모는 2012년 이후 5년 연속 29조 원대에 머물고 있다. 대형마트 3사 매출 역시 2014년 3.4%, 2015년 2.1%, 2016년 1.4%씩 매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맏형’ 노릇을 해온 백화점 산업의 성장시대가 끝났다”면서 “과거에는 백화점을 개장하고 15년 안에 투자금을 회수한 반면 최근에는 영업이익률이 워낙 곤두박질쳐 수십 년이 걸려도 투자금을 다 회수할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앞으로도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정부의 영업 규제, 중소 상인과의 충돌 등으로 당분간 개점 계획이 없는 ‘출점 절벽’에 직면해 있어 전체 소매 시장에서 온라인의 비중은 갈수록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