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1개월간 코스닥시장의 대차잔고 금액은 80조 원에 육박한 79조5620억 원으로 집계, 역대 최고 수치를 나타냈다.
이런 대차거래 증가는 지난해 말부터 강력한 테마를 형성했던 바이오 종목들이 주도하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주식대차거래 잔고가 증가한 상위 3개 종목은 △셀트리온헬스케어 △신라젠 △에이치엘비로 모두 바이오 종목이다.
대차거래량이 가장 많이 몰린 기업은 신라젠이다. 최근 한 달간 체결된 이 회사의 대차거래 주식수는 1470만 주가 넘는다. 대차잔고는 1조4000억 원에 달한다. 신라젠의 주가는 지난해 11월 15만2300원까지 치솟았지만, 이달 16일 종가는 절반 수준인 7만5000원에 불과했다. 특히 9일에는 6만4000원까지 주가가 하락,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전날 기준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대차잔고는 2조 원에 육박하는 1조9888억 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의 대차잔고는 지난해 12월 MSCI지수 편입 당시에만 해도 6000억 원 수준이었지만, 5개월여 만에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이달 8일 7만7000원에 거래되는 등 신저가를 경신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에이치엘비는 최근 한 달간 380만 주가 넘는 대차거래가 체결되며 잔고가 7000억 원을 넘어섰다. 또 크리스탈이 대차거래 상위 5개 기업에 이름을 올리는 등 바이오 기업에 대한 대차거래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통상 대차잔고의 증가는 공매도 물량 증가의 지표로 여겨지며 위험 신호로 감지된다. 대차잔고가 증가하면 상환해야 할 주식이 늘어나기 때문에 공매도 체결 수량이 많을 수밖에 없고, 해당 기업의 주가 하락 가능성도 높다. 전문가들은 제약ㆍ바이오주에 대한 대차잔고 증가에 대해 대북 경협주에 매수세가 몰리면서 지난해 말부터 증시를 주도한 테마 현상이 꺼졌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단순히 순환매 장세로 볼 수도 있지만, 올해 들어 제기된 바이오주에 대한 ‘거품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매도세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달 말부터 6월 초까지 북미정상회담과 미중무역협상 등 대규모 이벤트가 남아 있어 주식시장이 뚜렷한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양한 테마 간 자금 순환이 이뤄지면서 남북 경협주, 헬스케어주 등의 급등락이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이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대외 변수 불확실성으로 인해 외부 자금 유입이 제한된 상황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의 심리 회복이 중요하다”면서 “진정까지는 아직 좀 더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과거에도 대차잔고 청산이 2~5일 내 급격하게 이뤄진 경우가 많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