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로제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게임 업체들이 선택적 근로 시간제 도입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으나 정작 사내 직원들은 업무 현장과의 괴리를 토로하고 있다.
최근 넷마블과 엔씨소프트가 먼저 선택적 근로 시간제를 도입한 가운데 넥슨도 내달 1일부터 선택적 근로 시간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선택적 근로 시간제는 월 기본근로시간(8시간 X 평일 근로 일수)을 기준으로 법에서 허용된 월 단위의 최대 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직원들이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제도다. 넥슨은 이 제도가 지난해 만들어진 노사협의회의 결정에 따라 채택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넥슨 직원들은 내달 1일부터 조직별 의무 근로 시간대(오전 10시 ~ 오후 3시 또는 오전 11시 ~ 오후 4시)에만 근무하면 이외의 근무시간은 알아서 조정할 수 있다. 또 주말이나 법정 휴일 근무, 오후 10시 이후 야간 근로는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필요한 사유가 있을 때 한해 사전 승인을 받아야 일할 수 있다. PC 접속 기준으로 접속 뒤 8시간 30분이 지나면 별도의 알람을 해 출근 이후 9시간 안에 퇴근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그러나 현장 직원들은 업무량을 그대로 둔 채 출퇴근 시간만 관리에 나선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넥슨의 한 직원은 “개발자 직군이 아닌데도 야근이 일상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직원들끼리는 못 다한 업무를 집에 가서 몰래 해야 할 판이라고 걱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집에 가서 일할 때 메일함에도 업무 흔적을 남기면 안 되니까 개인 PC 카톡에 파일을 저장하자는 말까지 나온다”면서 “회사에서는 ‘사전 보고 없이 야근한 직원은 업무에서 배제한다’는 등 ‘출퇴근’에 집중할 뿐 효율적으로 일하라는 압박만 늘어난 셈”이라고 지적했다.
추가 업무가 필요해도 사전 승인을 받아야만 야근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직원들이 받았던 교통비 같은 수당도 실질적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넥슨은 공식적인 야근을 불허한다는 의미에서 직원식당에서 제공되는 저녁 할인을 없애는 대신 원래 반값 할인이었던 점심을 무료로 전환했다.
넥슨 관계자는 직원들의 업무 강도가 그대로일 것이라는 우려에 관해 “제도 시행 이후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장기적으로 채용을 확대하는 것이 맞지만 제도를 시행한 후에 인력 확대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넥슨보다 먼저 선택적 근로 시간제를 도입한 넷마블도 현장 직원들은 업무량 자체가 줄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넷마블의 한 직원은 “출퇴근 시간을 알아서 조정하긴 하지만 근무 시간에 효율적으로 일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크다”고 말했다.
중소 게임업체들은 인력 확대 여력이 더 적어 현장 직원들의 체감 피로도가 더 높다. 중소 게임업체에서 일하는 한 개발자는 “한정된 인력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데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라며 “정해진 개발 일정에 맞추기 위해서는 야근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밤샘 근무가 많고 프로젝트 단위로 운영되는 ICT 업종 특성상 이 같은 근로시간 단축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을 표시하면서 현행 최대 3개월인 선택적, 탄력적 근로시간 제도의 단위 기간을 최대 6개월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