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만 국왕에 증산을 요청했고 살만 국왕도 이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방금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만 국왕과 이야기 하고 그에게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혼란과 장애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차이를 메우기 위해 대략 200만 배럴 정도 증산해 달라고 요청한다고 설명했다"면서 "유가는 높고 그도 동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뚫자 유가 상승이 과도하다고 지적해왔다.
미국이 이처럼 석유 증산을 구체적으로 요청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AP통신은 지적했다. 외신들은 미국 정부가 이란 제재를 재개하면서 동맹국들에 이란산 석유 수입 금지를 요청한 것과 관련된 조치로 평가했다. 미국 정부는 주요 동맹국에 오는 11월 4일까지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제로(0)로 줄일 것을 요구했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가시화하면서 이번주 유가는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사우디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과 살만 국왕의 통화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증산 목표치를 언급하지 않아 미국과 온도차를 보였다. 사우디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사우디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구체적인 약속을 하지 않았으나 미국의 (증산) 요구를 총족할 능력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우디는 하루 1100만 배럴을 초과하고 싶어하지 않고, 현재의 생산능력을 확대할 의도도 없다. 돈이 너무 많이 든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사우디는 현재 하루 1000만 배럴가량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다만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들이 하루 100만 배럴을 증산하기로 합의하면서 이달부터는 1080만 배럴 생산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의 사우디 원유 증산 압박은 미국 중간선거를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원유 공급 부족과 여름철 수요 증가로 유가가 급등하면 유권자들이 등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중간선거에서 다수당 탈환을 노리는 민주당도 유가 상승을 트럼프 행정부의 책임으로 돌리며 선거 이슈로 쟁점화하는 분위기이다.
사우디 증산 요청이 유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린다. 사우디가 석유생산을 늘리면 당장 유가가 소폭 낮아질 수는 있지만 겨울철 수요가 늘어나면 유가 하락세가 지속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향후 2년간 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사우디의 증산이 공급 과잉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