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된 가운데 미국 빅3 가운데 하나인 포드가 "관세 인상에도 차 가격을 올리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당장 관세 인상분을 차 가격에 반영하면서 불거질 시장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모델 변경시점에 맞춰 관세 인상분을 반영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9일 블룸버그 통신을 포함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산 자동차가 중국의 보복관세에 직면한 가운데 미국 포드는 "가격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포드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한 보도 이후 같은 상황, 즉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 차를 중국으로 수출 중인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의 향후 가격 정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되면서 미국에서 생산하는 자동차는 중국으로 건너갈 때 40%에 달하는 관세를 물어야 한다. 포드와 GM,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는 물론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등 제3국 기업들 역시 미국에서 생산했다면 이 관세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실제로 테슬라는 최근 모델S와 모델X 가격을 15만∼25만 위안(2500만~3500만 원)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미국 포드는 사정이 달랐다. 포드는 미국생산 중국향 자동차에 대한 관세 40% 부과 이후에도 차 가격을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것.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관세 인상분을 사측이 감수하면서 기존 고객층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포드의 이같은 가격 고수 정책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관세 40% 이전까지도 포드를 포함한 글로벌 완성차 기업은 25%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며 직수출을 이어왔다. 즉 관세 40%의 추가 생성이 아닌, 15% 포인트 추가분이 발생했고 사측이 감수하겠다는 뜻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미국에 생산공장을 둔 BMW그룹의 X시리즈와 메르세데스-벤츠 일부 모델의 가격전략에 대해 관심까지 쏠렸다.
지난해 기준 포드는 중국현지 생산을 제외한 직수출 규모가 약 8만 대에 달했다. 대부분이 포드의 고급차 브랜드인 링컨의 대형 세단과 고급 SUV 등이 절반을 차지해 4만 대에 육박했다. 2016년 대비 판매량이 5.8% 하락했지만 더 이상 (중국)시장에서 밀리면 안된다는 전략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출혈판매가 불가피해진다. 미국산 자동차가 떠안게된 관세 부담 탓에 자연스레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하락하고, 이를 회복하기 위해 공격적인 판매를 지속하면 1대를 팔아도 남는 게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당장 시장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관세 인상분을 반영한 가격이 새로 책정될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즉 당장에 관세 인상분을 반영하지 않겠지만 서둘러 새 모델을 들여오거나 모델 변경 때 인상분을 반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국내 수입차시장 역시 '개별소비세 한시적 폐지'가 종료된 직후 판매 가격에 개별소비세를 뺀 가격으로 차를 판매했다. 이후 모델 교체 시점에 맞춰 가격을 새로 책정했고 이때 부활한 개소세 인상분을 반영하기도 했다. 포드 역시 관세 40%를 지속해서 부담하기에 어려움이 따르는 만큼 서둘러 새 모델을 내놓을 때 가격을 올리거나, 남아있는 재고 소진 이후로 새 가격책정 시점에 맞춰 가격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시장이 방대한 만큼 모델별로 수개월이 넘는 재고를 확보한 상태에서 판매영업을 지속하는 경우가 많다"며 "재고 소진이 끝나고 연식변경 모델이나 새 모델 출시로 라인업을 바꾸거나 마진을 챙길 수 있는 고가의 자동차를 추가 출시하면서 인상 과세분을 적용하는게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