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 담당 사장은 “내년 4분기에 삼성전자를 잡고 스마트폰 1등이 되겠다”고 했다. 터무니없는 얘기도 아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짝퉁 이미지였던 중국 업체들은 중국 정부의 산업 지원 정책에 힘입어 ‘스마트폰 굴기’를 이뤄냈다. 2011년 이후 8년째 지켜온 삼성전자의 1등 자리가 위태롭다. 한국이 수년째 1위를 지켰던 LCD 디스플레이도 중국에 이미 역전당했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80%에 달하는 반도체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언제 슈퍼 호황이 끝날지 모른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도 코앞에 와 있다.
신성장 동력이 절실하다. 삼성전자가 6일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바이오산업을 비롯한 각종 신사업 분야에서 규제 완화를 요청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기업은 끊임없이 혁신 노력을 한다. 삼성전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반도체 부문에서 세계 최초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스마트폰 역시 기존 제품의 한계를 넘어선 폴더블폰 개발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대기업들은 밖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선 푸대접이다. 거미줄 규제가 신사업을 막고 있고, 대기업 오너들은 적폐로 간주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방문하는 것을 놓고 논란이 된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청와대가 김 부총리의 삼성 방문과 관련해 재벌에 투자와 고용을 구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전달했다는 언론 보도가 논란을 촉발했다. 김 부총리는 즉각 본인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정부는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대기업에 의지해 투자나 고용을 늘리려는 의도도, 계획도 없으며 (구걸이라는) 일부 표현은 적절치 않고 국민이 바라는 혁신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발끈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삼성만 난처한 처지가 됐다. 정부가 기업을 적대시하고, 기업이 정부의 눈치를 보는 분위기라면 우리나라 경제는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고 했다. 집안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잘 이뤄진다. 밖은 전쟁터다. 기업들은 신시장을 만들고, 이익을 내기 위해 치열하게 싸운다. 너도나도 1등을 잡아먹겠다고 한다. 안에서라도 기업을 격려해 주는 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