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기의 근원은 세 가지 불확실성이다. 첫째,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다. 이제 갈등이 전쟁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미국이 관세 폭탄을 던지면, 중국도 물러서지 않고 보복 조치를 내놓는다. 한쪽이 레이즈를 하면 다른 한쪽이 카드를 덮거나 콜을 해야 판이 커지지 않을 텐데, 들고 있는 카드가 팽팽한 균형을 이루다 보니, 게임이 끝나지 않는다. 미국의 일방적 우위로 일본과 독일의 기세를 잠재울 수 있었던 1985년의 플라자 합의와는 다른 상황이다.
둘째, 정부의 개혁정책이다. 고용지표가 부진해도 최저임금 인상안이 확정됐다. 자영업자의 목소리가 커지는 만큼, 임대업자의 불안감도 증폭된다. 상호 의견 대립은 경제 심리를 냉각시킨다. 이런 때 정부가 나서서 재정을 풀어야 한다. 물론 재정은 확장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하지만 예산에서 SOC 관련 분야는 14% 감소했다. 이에 따라 일자리 창출 예산이 대폭 확대되면서 소득주도 성장에서의 복지 및 재분배를 강조하고 있다. 총수요가 부족하지만 정부 정책은 너무 장기적이다.
셋째, 실적 시즌에 대한 실망이다. 겉으로는 평이하다. 어닝 시즌이 중반을 지난 시점에서 KOSPI200 기업 중 예상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발표한 기업 비중은 54.9%로 과반수를 상회했고, 순이익은 40.7%로 과반수를 하회했다. 예상치를 100%라고 했을 때 영업이익은 100.36%로 예상치보다 높았고 순이익은 95.70%로 예상보다 낮았다. 하지만 2분기 이익 추정치는 어닝 시즌을 앞두고 하향 조정을 이어왔다. 낮아진 기대마저 충족하지 못한 2분기 실적 시즌이 진행되고 있다.
당장은 더위가 안 끝날 것 같지만 달력을 보니 벌써 입추가 지났다. 계절이 바뀌는 시기엔 낮과 밤의 기온 차로 감기에 걸릴 수 있다. 설마 했던 여름 끄트머리의 태풍의 괴력에도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계절이 지나면 지난 계절에 들떠 있던 마음은 가라앉고, 서늘한 가을에 익숙해질 것이다.
증시에도 계절의 변화가 감지된다. 먼저 중국 인민은행의 위안화 안정화 조치이다. 위안화 가치 하락을 방치해오던 중국 당국이 6일부터 위안화 선물 거래에 20% 증거금을 부과하며 위안화의 추가 하락을 제어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미국이 장기적으로 중국에 얻어낼 수 있는 것은 금융시장 자유화와 환율 절상이라 볼 때, 중국이 먼저 미국에 손을 내민 것으로 판단한다.
개혁 정책에 대한 피로도 완화하고 있다. 정부 정책의 무게중심이 소득주도 성장에서 혁신 성장으로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 특히 최근 활발해지고 있는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행보는 ‘어공(어쩌다 공무원)’보다 ‘늘공(늘 공무원)’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신호로 보인다.
나아가 1·2분기에 비해 높게 형성되었던 3분기 이익 추정치가 동반 하향 조정된 점도 긍정적이다. 10월의 3분기 어닝 시즌은 이미 낮아진 기대 수준이 오히려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탤 수 있다. 이에 대한 검증의 시기는 지금이 아닌 10월의 3분기 실적 시즌이 될 것이다. 3분기 실적 시즌에 대한 기대 수준이 더 낮아지고, 10월에 3분기 실적의 뚜껑을 열었을 때 상황이 우려만큼 악화하지 않는다면 이익 레벨에 의한 주가 상승이 가속화할 수 있다. 주가는 앞서 이를 반영해 갈 것이다.
돈을 잃을 가능성도 위험이지만, 돈을 딸 가능성 역시 위험이다. 증시에서 위험은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모든 변화가 위험이라면, 위험을 선택할 때는 바로 변화의 시기이다. 이미 시작된 변화를 기대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