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국 온라인매체 쿼츠 등에 따르면 미국의 학자금 대출 규모는 1조5000억 달러(약 1678조5000억 원)를 돌파했다. 2010~2011학년도 이후 5000억 달러가 증가했다. 약 4400만 명이 자신의 공부를 위해 돈을 빌렸다.
최근 학자금 대출 증가세가 주춤하기는 했으나 많은 이들이 학자금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 교육청에 따르면 학사 학위를 취득한 사람은 평균 3만500달러를 빚지고 있다. 하버드와 스탠퍼드, 예일 등 미국의 사립대학에서 4년 동안 공부하는 데는 학비, 주거비, 도서비 등을 포함해 25만 달러 이상이 든다. 공립대학은 이보다 저렴하지만 적은 액수는 아니다. 캘리포니아주립대학의 주민 수업료는 연간 약 1만2500달러이다. 학생이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고 통학 거리가 가깝다고 가정해도 5만 달러가 든다. 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는 빚이 훨씬 더 많을 수 있다.
쿼츠는 현재 미국인들의 꿈은 놀랍도록 소박하다며 자신이 학자금 대출을 상환할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있다면 운이 좋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뉴욕연방준비은행(뉴욕연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미국 학자금 대출 연체율은 8.8%로 1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강한 경제와 튼튼한 고용 덕분이다. 그러나 브루킹스연구소는 1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2023년까지 학자금 대출 채무자의 40%가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미지급 부채는 약 56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S&P의 보고서에 따르면 부채 경감 프로그램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주디스 스콧-클레이턴 컬럼비아대 교수는 “학자금 대출 상황 심각성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나쁘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한 뒤에도 학자금 대출 상환에 부담을 겪으면서 주택 구매와 결혼, 소비 등 다른 주요 경제활동이 약화하고 있다. 지난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구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 규모가 커지면 사람들은 결혼과 자녀에 관한 결정을 연기하며 주택을 구입하는 대신 부모와 함께 살 가능성이 커진다고 밝혔다. 학자금 대출이 거의 모든 주요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부채는 신용 등급에도 일부 반영되기 때문에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이는 개인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 전반에 나쁜 소식이다. 지난해 뉴욕연은은 학자금 인상과 대출 증가, 밀레니얼 세대의 주택 소유 감소의 연관성을 조사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2007년부터 2015년 사이 28~30세의 주택 소유 감소 중 11~35%가 학비 인상 및 부채 증가로 인한 것임을 밝혔다. 이어 “조사 결과는 향후 학비를 인상하는 주는 소비와 자산 축적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라고 언급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3월 의회 청문회에서 “학자금 대출이 지속해서 증가하면서 성장이 억제될 수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은 현명하지만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투자에는 위험이 따른다”고 덧붙였다.
이에 일부 대학들은 학자금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버드대는 부모의 소득이 연간 6만5000달러 미만인 학생에게 무료 수강 자격을 준다. 뉴욕대 의과대학은 의료계 발전을 위해 모든 신입생의 연간 수업료 5만5000달러를 면제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대학도 이에 동참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쿼츠는 학생들이 천문학적인 채무를 쉽게 관리할 수 있다는 생각과 언제나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면서 더 많은 대학이 뉴욕대의 결정을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