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국회도 내려와야 하지 않을까요.”
정기 국회철이면 정부세종청사에 근무하는 고위공무원(1·2급)들이 흔히 하는 푸념이다.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맞춰 세종시로 이주한 공무원들은 서울로 역출퇴근을 하고, 자녀 교육을 비롯한 개인 사정으로 서울에 남은 공무원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서울과 세종을 오간다.
세종시 공무원들은 우스갯소리로 “공무원 급수는 세종에 머무는 날수”라고 말한다. 실제 사무관(5급)들은 지방 출장이 아닌 이상 사무실을 비우는 일이 거의 없다. 반면 실·국장에 해당하는 관리관(1급)·이사관(2급)들은 세종에 머무는 날이 일주일에 많아봐야 이틀로 그것도 한두 시간이 고작이다. 그나마 한날 일정이 한 지역에 몰려 있으면 다행이지만, 서울과 세종 일정이 번갈아 있는 날에는 하루 서너 시간을 철로와 도로에서 허비한다. 이쯤이면 행정 비효율의 극치다.
이런 상황은 평소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임시·정기국회, 국정감사 기간엔 말할 것도 없고, 입법을 위한 이해집단과 협의, 관계부처 회의, 각종 정부·민간기관 주관 행사가 대부분 서울에서 진행된다. 한 국장급(2급) 공무원은 “요즘엔 일주일에 세종에 하루 있기도 힘들다”며 “일부러 날을 잡아 오전에 내려와도 오후에 또 서울에서 일정이 있어서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청사 세종시 이전 초기에는 “청사 이전으로 이익을 보는 건 코레일(한국철도공사)밖에 없다”는 불만이 많았다. 서울과 세종을 오가는 공무원들이 대부분 KTX를 이용해서다.
그래도 공무원 세종 정착의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나 국회다. 다른 국장급 공무원은 “평소엔 크게 불편한 게 없다”며 “인터넷과 정보통신(IT)이 발달해 직접 움직이지 않더라도 웬만한 회의는 화상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국회가 열리면, 특히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있으면 수시로 서울을 다녀와야 한다”며 “차라리 국회가 내려오는 게 어떨까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