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삼 제품에서 환경호르몬 추정 물질이 검출되면서 이를 둘러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사 과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식약처의 조사 결과 홍삼제품 제조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검출업체 명단을 공개하지 않아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태규 바른미래당 국회의원이 9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홍삼 제품을 만드는데 플라스틱 기구를 쓰는 업체의 절반 이상은 프탈레이트류 물질이 검출됐다.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하는 화학물질로, 불임 등 내분비계장애 유발 가능성이 있어 모든 완구 및 어린이용 플라스틱 제품에 사용이 금지된 물질이다. 실제로 올 초 한 홍삼 농축액 제조업체는 대만에 홍삼 제품을 수출했다가 프탈레이트가 검출돼 제품이 반송됐다.
문제의 원인이 홍삼을 찌고 농축액을 추출하는 플라스틱 기구에 있다고 본 식약처가 홍삼 농축액 제조업체 50곳 55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35곳 36개(65%) 제품에서 모두 '용출 기준치'를 넘는 프탈레이트류 물질이 검출됐다.
위해성 때문에 어린이용 장난감에는 사용이 금지된 DEHP(다이에틸헥실프탈레이트)는 기준치의 최대 100배, DBP(다이뷰틸프탈레이트)는 최대 80배가 나왔다. 프탈레이트 관련 식품 기준이 없어 식약처가 포장이나 용기에 쓰는 '용출 기준'을 적용했는데, 이 기준치를 훨씬 넘어선 것이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이 물질을 매일 먹어도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인체노출 허용 기준으로 봤을 때 DEHP와 DBP 모두 절반도 안돼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프탈레이트류가 검출된 농축액을 원료로 추가 제품 생산을 하지는 못하도록 해 의구심이 제기된다.
이 의원은 "식약처가 조사 결과나 검출 업체 명단을 공개하지는 않으면서, 특정 업체의 검출 여부만 밝히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를 통해 식품안전정보의 공유를 약속한 바 있고, 조사결과를 발표안하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와 소비자의 선택권을 명백히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의원은 "국민들 앞에 약속한 식품안전 국정과제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은폐한 정부에 대해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철저하게 추궁하여 의혹을 해소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