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행정5부(재판장 배광국 부장판사)는 SK해운이 서울세관장을 상대로 제기한 관세 등 부과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세관의 처분이 옳다고 판단한 1심 판결을 뒤집어 세금 부과를 취소했다고 14일 밝혔다.
서울세관의 과세 처분은 2011년 SK해운이 파나마의 한 회사와 벌크선 K.프라이드 호에 대한 국적취득조건부 계약을 체결한 뒤 수입 신고 없이 여수항에 입항시킨 것이 발단이 됐다. 국적취득조건부 계약은 외국 국적의 배를 빌려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빌려 쓴 나라의 국적으로 바꾸는 계약을 말한다.
당시 SK해운은 중국 칭다오항에서 해당 선박을 인수하고 호주 뉴캐슬항으로 운항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선박위험도 검사에서 불합격해 여수항에 들어와 선박을 수리한 뒤 재검사를 받고 4일 만에 여수항을 떠났다.
4년이 지난 2015년, 서울세관은 SK해운에 대한 기업심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알아내 수입 신고를 하지 않은 선박 내 유류의 과세신고를 누락했다는 이유로 총 4억여 원의 과세를 통지했다. SK해운은 과세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 청구를 했으나 기각됐고, 지난해 서울행정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수입 신고를 하지 않은 해당 선박이 여수항에 입항한 것은 외국 물품이 우리나라에 반입된 것에 해당한다”며 “선박과 유류는 수입 신고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국적취득조건부 임차 선박을 외국으로부터 수입하려는 자는 당해 선박이 우리나라에 최초로 입항한 때 수입 신고를 해야 한다’는 관세청 고시를 인용해 서울세관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해당 선박은 물론 선박 내 유류 역시 수입 대상이 아니라는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선박이 우리나라 영역에 들어왔다는 사실만으로 수입됐다고 볼 수 없다”며 “선박은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를 왕래하는 특수성이 있어 우리나라에 들어와 사용된 경우에 수입이 됐다고 봐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입항보고서에 따르면 SK해운은 수리 및 재검사를 목적으로 여수항에 임시로 입항시켰다”며 “총 화물 톤수와 하역 톤수 역시 0톤으로, K.프라이드 호를 사용할 목적으로 입항시킨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