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지엠, 비밀유지 각서쓰고 일부 대리점 폐점 유도” = 24일 한국지엠 전국대리점발전협의회(전발협)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지난달부터 실적이 악화한 매장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폐점을 유도하고 있다. 김은수 대천대리점 대표는 이투데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지엠은 최근 판매 악화로 경영악화에 들어선 대리점과 비밀유지각서를 쓴 뒤 폐점할 것을 유도하고 있다”며 “이들 대리점에 한국지엠은 최소 1000만 원에서 2000만 원의 위로금을 제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지엠 철수설과 군산 공장 폐쇄의 여파로 판매가 급격히 줄어 대리점들의 월 적자폭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위로금의 규모가 터무니 없이 적다는 게 전발협의 설명이다.
또한, 전발협은 한국지엠이 과도한 쿼터(물량)를 대리점에 설정해 재계약 평가를 낮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퇴출을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임영상 의왕대리점 대표는 “철수설과 군산 공장 폐쇄 이후 판매량이 급격히 줄었는 데도 한국지엠이 과도하게 대리점에 쿼터를 배분하고 있다”며 “목표 물량을 판매하지 못할 경우, 2년에 한번씩 갱신하는 재계약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재계약 평가에서 점수가 한국지엠 기준에서 미달될 경우, 대리점주들은 위로금 조차 받지 못하고 대리점을 재계약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대리점주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당초 카젬 사장이 내수 판매 회복을 우선 순위로 둔 것과는 달리 영업 일선에 대한 지원 확대는 전무한 데다, 오히려 대리점의 수는 줄이려는 정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김복식 전발협 회장은 “지난달 카젬 사장과 독대해 수수료 정책 개편과 지원금 확대에 대한 요구를 했지만, GM의 정책에 따라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지난해 월 1만2000대 판매에서 올해 7000대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지난해 수준으로 판매가 회복될 때까지 피해 금액을 지원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법인 분리 논란 일자 기존 계약도 취소돼” = 대리점주들은 19일 주총에서 승인된 법인 분리로 인해 계약 취소가 늘고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임 대표는 “이번에 법인 분리 주총에서 승인된 이후 계약이 해지되는 일이 늘었다. 심지어는 차 출고 후 인도가 거부되고, 계약키로한 고객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많아졌다”고 털어놨다. 이들이 추산하는 19일부터의 계약 취소 건 수만 300~400대다. 현재 월 15대 수준을 판매하고 있는 상황에서 300~400대는 타격이 심각하다는 게 대리점주들의 이야기다.
김 대표는 “대리점주들의 대부분이 쉐보레 자동차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 매장의 크기도 늘리면서 투자를 강행해 왔다”며 “갑자스런 군산 공장 폐쇄와 철수설로 인해 대리점 별로 적자 폭이적자가 500만~3000만 원까지 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전발협은 회사 측에 요구한 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청와대와 국회, 산업은행 등을 찾아 현 상황을 호소할 예정이다.
◇철수설 이후 한국지엠 판매 ‘급감’ = 철수설에 이은 군산공장 폐쇄, 법인 분리의 여파로 한국지엠이 실적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달 한국지엠은 7434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17.3%나 떨어졌다. 이로 인해 한국지엠의 올해 9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5만937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감소했다. 올해 군산공장 폐쇄가 결정됐고, 법인 분리가 한국 철수를 위한 발판이라는 주장이 판매 감소의 원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법인 분리가 주총에서 승인된 것을 감안하면 한국지엠의 판매량은 지속적으로 축소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한국지엠 측은 “카허 카젬 사장과 구체적인 만남을 하면서 어떤 내용을 이야기 했는지 확인이 안 된다”며 “현재 대리점 지원이나 인센티브 지원을 하고 있는 만큼, 지원을 검토를 하겠다는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지엠 측은 대리점의 폐점을 유도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가뜩이나 판매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영업 쪽에 힘을 최대한 싣고 있어 억측에 가깝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