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사람들 입에서 ‘연착륙’이란 말이 나올 거라고 누가 생각했을까. “경제는 잘 돌아가고 있다, 시간이 조금 지나가면 모두 좋아진다”고 하던 사람들 아닌가.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비록 근로시간 단축제와 관련해서이지만, 연착륙이란 말이 ‘경제 정책 실세 중 한 명’이라는 경제 보좌관의 입에서 천연스레 나온 것이다.
연착륙이란 원래 비행기가 활주로를 따라 부드럽고 완만하고 안전하게 내려앉는 것을 말하는 항공 용어다. 영어 ‘Soft Landing’의 우리말이다. 부드럽게 내려앉아야 사고를 피할 수 있다. 그래야 승객과 조종사 자신의 목숨을 지킬 수 있다. 예전에는 여객기가 연착륙하면 승객들이 모두 박수로 조종사에게 감사를 보냈다. 우리나라 비행기에서도 그랬고, 외국 비행기에서도 그랬다. 승객들은 서로 쳐다보며 착륙을 위해 애써준 조종사를 격려하고 무사 도착을 서로 축하했다. (내 경험으로는 이탈리아의 알이탈리아 조종사들 솜씨가 제일 좋았다. 1990년대 초반, 매일처럼 파업하느라 제 시간 이착륙이 드물었지만, 일단 떴다 하면 슥, 내리는 것도 슥, 걸리는 게 없었다. 이탈리아 남자들 연애도 이렇게 부드럽게 하나 보다 생각했다. 승객들 박수 소리도 제일 컸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경제를 성장토록 하는 정책도 중요하지만 성장이 급격히 식지 않도록 하는 건 더 중요하다. 비행기가 하늘에 무한정 떠 있을 수 없듯, 경제 역시 아무리 호황이어도 내려앉을 때는 내려앉는 것이니 연착륙하는 비행기처럼 부드럽고 완만하게 내려앉도록 해야 한다. 항공용어 ‘연착륙’이 경제용어로 자리 잡은 이유다.
연착륙은 잘될까? 아니다. 그럴 것 같지 않다. 요 며칠 사이 곤두박질하는 주가(29일에는 지수가 2000 아래로 떨어졌다. 몇 십 년 걸려 2000선을 뚫고 올라왔는데 한순간에 무너졌다!), 심각한 수출 부진, 미중 무역전쟁 같은 경제 변수는 우리가 탄 비행기가 급격한 속도와 각도로 활주로 바깥으로 떨어질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비행기가 착륙한 후 조종사에 박수를 보내던 풍습은 시나브로 사라졌다. 사람들이 전보다 비행기를 자주 타다 보니 연착륙은 당연한 거라는 생각이 퍼진 거다. 그렇다고 해서 연착륙 기술을 배우지 않는 조종사는 없다.
항공 산업의 태동지인 미국 사람들은 “비행기에는 날개만큼 랜딩 기어(착륙장치)도 필요하다(Air planes need landing gear as well as wings)”는 말로 연착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날기 전에 내리는 것도 생각했어야지”라고 번역해도 되지 싶다. 연착륙과 관련해 청와대 경제팀에 들어맞을 말로 생각되는 경구에는 이런 것도 있다. “분노로 날기 시작하면 착륙이 불행하다(People who fly into a rage make a bad landing).” 분노로 날다가 추락한 비행기가 많았던 모양이다. 그런데 오늘 키워드는 잘못 골랐다. 경제가 날아본 게 언제냐? 날았어야 착륙을 걱정하지. 분노로 가득한 엔진만 붕붕거리다가 제대로 뜨지도 못하고 시동이 꺼질 판인데, 무슨 연착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