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강간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모(38) 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 했다고 31일 밝혔다.
조직폭력배인 박 씨는 지난해 4월 친구 부인인 A 씨에게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남편과 자녀들에게 위해를 가할 것 처럼 협박해 모텔로 데려간 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더불어 조직폭력단체 후배들이 자신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다며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1심은 박 씨에 대해 폭행 등의 혐의만 인정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강간 혐의는 A 씨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A씨 부부는 1심이 박 씨의 성폭행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자 올해 3월 전북 무주 한 캠핑장에서 '죽어서도 끝까지 복수하겠다'며 억울함을 호소한 유서를 남기고 함께 목숨을 끊었다.
A 씨 부부가 사망한 뒤 열린 2심 선고공판에서도 재판부는 1심 판단이 정당하다는 이유로 박 씨에 대한 성폭행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폭행 등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이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데도 배척했다며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심리를 할 때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 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