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과 결혼해 자녀가 있는 영주권자도 사기 또는 횡령 등의 전과가 있으면 귀화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박형순 부장판사)는 외국인 A 씨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국적신청 불허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전과 전력 등을 이유로 A 씨의 귀화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법무부의 결정이 적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A 씨는 외국인력지원센터에서 상담원으로 근무하면서 외국인 근로자들을 상대로 사기와 횡령 범행을 저질렀고, 그 과정에서 사문서도 위조했다”며 “이같은 범죄는 대한민국 법체계를 존중하지 않은 태도에서 비롯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적법에서 규정한 귀화 요건을 들며 “대한민국의 새로운 구성원이 되는 데 지장이 없을 만한 품성과 행실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구 국적법 제5조 제3호는 귀화의 요건으로 ‘품행이 단정할 것’을 요구한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해당 요건과 관련해 “귀화 신청자의 성별, 연령, 직업, 전과 관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귀화를 받아들일 만한 품성과 행실을 갖췄는지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해왔다.
앞서 A 씨는 내국인과 결혼해 4명의 자녀를 낳아 국내에서 거주해왔다. 영주권자인 A 씨는 법무부에 귀화허가 신청을 했으나 지난해 법무부는 ‘품행 미단정’을 이유로 귀화를 불허했다. 이에 그는 “배우자와 자녀 4명과 함께 생활하고 있어 대한민국 국적 취득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며 귀화를 허가하지 않은 법무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