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방카에티카는 금융의 윤리성을 실천하는 은행이다. 최고경영자와 직원의 연봉 차이를 6배로 제한한다.금융에 대한 접근성은 인간의 기본권이라는 생각에 기초하여 운영의 효율성뿐만 아니라 사회에 대한 윤리성을 강조한다. 사회적 이익을 위하여 일하는 비영리 시민단체에 적극적으로 여신을 제공함으로써 시민사회의 역량을 키워주는 은행이다. 발생된 수익은 주주뿐만 아니라 예금자, 직원, 지역사회에 배분된다. 재무적 정보뿐만 아니라 은행의 환경적·사회적 영향평가를 포함하는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 사회적 가치가 높은 곳에 큰 비중을 두고 여신을 집행하며 그 사회적 영향을 수시로 확인한다. 예금자는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에 맞추어 투자 목적을 선택 지정할 수도 있다.
사람, 환경, 이윤의 세 가지 가치를 추구하는 네덜란드 트리오도스은행은 사회적 은행의 리더이다. 사회와 환경을 위하여 금융을 제공하면서 사업의 지속성을 보장하는 재무적 수익을 추구한다. 사용된 자금이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둔다. 트리오도스은행은 주류 금융기관들이 영리만 추구하면서 사회의 공익과는 무관심한 현실에 반발하여 설립되었다. 적극적으로 사회의 이익을 추구하는 은행이다. 2009년 파이낸셜타임스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지속가능한 은행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독일의 GLS은행은 협동조합은행이다. 대출 재원은 외부의 차입 없이 조합원 출자금과 고객 예금으로 충당한다. 이 돈은 사회와 자연을 이롭게 하는 데 윤리적으로 사용된다. 돈에 대한 생각이 남다르다. 돈은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 경영철학이다. 이 은행이 운용하는 돈은 작지만 따뜻하다. 저신용자와 사회적 기업의 창업 및 운영 자금에 많은 재원을 공급하는 임팩트금융의 선도 은행이다. 은행 본래의 기능인 중개 역할에 충실히 임한다. 돈을 사회와 환경을 이롭게 하는 데 사용하면서 적정수익을 창출한다. 사람을 위한 은행인 것이다.
세상을 바꾸고 돈도 버는 은행들. 금융의 본질을 떠나서 돈을 벌기 위한 머니게임에 치중하고 금융위기를 초래하면서 세계 경제를 뒤흔들어 놓는 은행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세계적으로 이러한 은행들이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이들 은행은 여느 은행과 마찬가지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고 그 감독을 받으면서 여수신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들은 사회를 위하여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하자는 목적으로 설립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은행들이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 결성된 사회적 은행 협의체인 GABV(Global Alliance for Banking on Values)는 확장을 거듭하여 2018년 7월 기준 54개의 회원 은행이 가입하고 있다.
작년 11월 유엔은 전 세계 금융산업을 위한 ‘책임은행 원칙(Principles for Responsible Banking)’을 제정하여 발표하였다. 이는 파리기후협정과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이행을 위한 금융산업의 역할과 책임을 규정하는 국제협약이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하여 금융이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 어떤 나라보다도 심각한 사회문제들이 사회의 지속가능성마저 위협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이러한 사회적 은행의 존재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은행에 대한 진입을 성역처럼 여기는 고정적 생각을 버려야 한다. 보다 전향적이고 혁신적인 생각을 가지고 새로운 은행의 가능성을 모색하여야 한다. 오래된 지도에서는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