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이 지난해 약 55조 원이 넘는 이자 수익을 벌어들인 것으로 전망됐다. 은행권이 경기불황에도 손쉬운 이자 장사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2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IBK기업은행의 지난해 이자 수익 추정치는 55조5280억 원으로 집계됐다. KB금융이 13조5918억 원으로 가장 많이 벌어들였다. △신한금융(13조4525억 원) △하나금융(10조2087억 원) △우리은행(9조3812억 원) △기업은행(8조8938억 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전년(48조7349억 원)보다 13.9%(6조7931억 원) 증가한 수치다.
은행 수익은 크게 ‘이자’와 ‘수수료’로 나뉜다. 문제는 수익 대부분이 이자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예금 금리보다 대출 금리를 높게 받아 발생하는 순이자마진(NIM)이 대표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총 이익에서 이자 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87%에 달한다. 금융위기 전인 2007년의 72%에 비해 크게 늘었다. 금리 상승으로 예대 금리 차이가 커지면서 이자 수익도 증가했다.
이들 4개 지주사와 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12조7881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KB금융이 3조3470억 원, 신한금융 3조2008억 원, 하나금융 2조3207억 원, 기업은행 1조7602억 원 등이다.
은행이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게다가 이자 수익 대부분이 가계부채에 집중돼 있다. 국내 가계부채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6.7%다. 점차 낮아지는 추세지만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7년 기준 97.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67.3%를 크게 웃돈다.
금감원에 따르면 1995년 17.5%였던 가계대출 비중은 2017년 43.2%로 늘었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가계대출 증가율은 연평균 6.2%로, 기업대출 증가율(5.4%)보다 크다. 가계대출이 담보·보증 위주이고 떼일 우려가 적어 리스크 관리가 쉽기 때문이다. 가계대출의 이자 수익률(대출금을 이자 수익으로 나눈 값)에서 대손율(대출금을 대손비용으로 나눈 값)을 뺀 값이 기업대출보다 높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들이 그동안 가계대출을 늘려 예대마진으로 돈을 벌어 리스크가 적었지만 앞으로도 리스크 관리만 해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