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지난해 4분기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전년 동기보다 17.7% 줄었다.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최대 낙폭이다. 항목별로 공적연금이 포함된 이전소득은 11.0% 증가했으나, 근로ㆍ사업소득이 각각 36.8%, 8.6% 급감했다.
1분위 소득이 감소한 가장 큰 원인은 가구 내 취업자 수 감소다. 지난해 4분기 1분위 가구의 취업 가구원 수는 0.64명으로 전년 동기(0.81명)보다 0.17명(21.0%) 줄었다. 반면 무직 가구 비중은 43.6%에서 55.7%로 확대됐다. 3~5분위 가구에서 취업자가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최근 1년간 고용시장 상황이 큰 영향을 미쳤다. 취약계층의 주된 취업처인 도ㆍ소매업과 숙박ㆍ음식점업, 종사상 지위별로 임시ㆍ일용직에서 일자리가 줄고 있다는 점에서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고용 동향을 보면 지난해 4분기 상용직은 34만2000명 늘었지만, 임시직은 17만 명 줄었다”며 “취약한 일자리, 한계 일자리를 중심으로 한 고용시장 악화가 (1분위 취업자 감소의) 큰 요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약계층 일자리 감소에는 경기ㆍ인구 등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반적으로 경기가 부진하고 소비 패턴도 온라인 위주로 변화하면서 오프라인 위주의 영세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의 비용 부담이 커진 것도 일자리 감소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자리 공급과 관계없이 1분위에서 ‘일할 수 있는’ 가구원이 줄고 있는 것도 문제다. 기획재정부는 1분위 소득이 감소한 핵심 요인으로 1분위 중 70세 이상 가구주 비중이 전년 37.0%에서 42.0%로 1년 새 5.0%포인트(P) 확대된 점을 들었다.
소득주도 성장으로 표현되는 복지지출 확대도 분배를 개선하는 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1분위의 공적연금, 기초연금 등 공적이전소득은 28.5% 늘어난 22만900원으로 전 소득분위 중 가장 많았지만, 줄어든 근로ㆍ사업소득을 보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특히 아동수당, 실업급여 등 사회수혜금은 고령 가구 비율이 높은 1분위에는 큰 도움이 못 됐다. 실제 1분위의 사회수혜금은 9만6600원으로 2분위(9만9100원)보다 적었다.
정부는 이번 조사 결과와 관련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향후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민간 일자리 창출과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한 정부의 종합적인 정책 대응 노력이 차질없이 이뤄질 경우 저소득층의 소득 여건도 점차 나아질 것으로 기대되나, 각별한 경각심을 갖고 총력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