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주식 매수세가 연초 대비 둔화된 가운데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내 중국 A주 편입비중 확대로 인한 추가 자금이탈 우려가 커졌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초부터 지난 22일까지 유가증권(코스피)시장에서 4774억 원을 순매수했다. 이는 1월 한달간 외국인 순매수 금액(4조500억 원)의 8분의 1에도 못 마치는 수준이다.
올해 들어 주가가 많이 반등해 저평가 매력이 약해졌고 국내 기업의 실적이 부진하자 외국인이 한국 위험자산 투자에 대한 속도 조절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MSCI가 중국 본토 증시에 상장된 이른바 A주(중국 A주)의 신흥시장(EM) 지수 편입 비중을 높일 방침이어서 상대적으로 한국 비중이 축소돼 외국인 자금 이탈을 촉진할 수 있다.
MSCI 신흥시장 지수는 현재 중국 A주 중 대형주 시가총액의 5%를 반영하고 있는데 MSCI는 편입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비율 상향 조정은 오는 5월 말과 8월 말 두 차례에 걸쳐 실행될 예정이다.
MSCI는 또 추가로 ‘중국판 나스닥’인 창업판(ChiNext) 증시 종목 편입 및 중국 A주 중형주 20% 편입 방안도 논의하고 있어 MSCI 결정에 따라 예상보다 중국 비중이 더 커지고 한국 비중이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시장에선 패시브 자금 이탈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MSCI EM 지수를 추종하는 외국인 자금 규모는 현재 2조 달러(약 2250조 원)가량으로 추정되므로 단순 계산하면 약 160억 달러(18조 원)가 이탈할 수 있다.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론상 18조 원의 외국인 순매도가 예상된다”며 “작년 MSCI가 중국 A주를 5% 편입한 전후 실제 외국인 순매도가 이론상 규모의 절반 이하였던 점을 감안하면 편입비율 상향이 1차로 적용되는 오는 5월 말 전후 외국인 순매도는 약 4조 원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A주 편입비율이 20%로 높아지면 한국 증시의 단기 수급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대형주, 경기민감주 중심으로 단기 매도 압력을 자극할 변수”라고 지적했다.
다만 최종 결정에서 편입비율이 20%보다 낮아질 가능성도 있는 점 등을 들어 실제 영향은 예상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편입비율을 15% 미만으로 확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MSCI의 중국A주 편입이 장기적으로 국내증시 수급에 부정적인 것은 명백하지만, 글로벌 펀드들이 MSCI 지수의 한국 비중 축소를 어느 정도 미리 반영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이번 이슈가 국내증시에 실제 미칠 파장은 일정 수준으로 제한될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