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테크놀로지가 미국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화웨이가 자사 제품 사용을 금지한 미국 정부에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화웨이가 이번주 소송 방침을 공식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소송 내용은 지난해 미국 연방정부가 ‘심각한 안보 위협’을 이유로 자사제품 사용을 금지한 방침이 부당하다는 것이다. 미국은 ‘존 S. 매케인 국방수권법(NDAA)’에 의거해 연방기관과 기업의 화웨이 통신장비 사용을 제한해 왔다. 또 우방국 정부에도 동참을 요구했다. 이 국방수권법은 중국산 통신제품, 특히 화웨이 제품을 절대로 미국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화웨이는 이 법안이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할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재판 없이 개인이나 단체를 처벌하는 법안을 의회가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헌법이 이를 금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화웨이의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질지는 알 수 없다고 FT는 평가했다. FT는 그 근거로 2017년에 벌어졌던 소송과 결과를 들었다. 2017년 러시아 사이버 보안회사인 카스퍼스키는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러시아의 정보 수집 위험성을 이유로 미국 정부가 카스퍼스키를 미국에서 퇴출시켰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 법원은 “연방 정부 기관의 정보 시스템에 대한 예방적인 보호 차원으로서 내려진 처분이지 특정한 사건에 대한 징벌로서 내려진 결정이 아니다”고 판결했다. 미국 정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법률회사 홀랜드앤드나이트의 에릭 크루시우스 변호사는 “정부는 개인이나 회사를 처벌하는 법을 통과시킬 수 없는 것은 맞다”면서 “그러나 핵심은 판사가 이것을 처벌로 볼지 아니면 정부 이익을 방어하기 위한 합법적인 시도로 볼 것인지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오랫동안 화웨이 장비가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주장해왔다. 중국이 미국에서 스파이 활동을 하기 위해 이들 네트워크를 잠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정부 기관이 화웨이 부품이 들어간 제품을 사용해선 안된다고 발표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최근 몇 달 동안 미국의 화웨이 경계는 한층 강화됐다.
12월 캐나다 당국은 미국의 요청으로 화웨이 CEO 런정페이의 딸인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미국 제재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미국은 멍완저우 CFO의 송환을 요청한 상태다. 미국은 또한 동맹국들을 상대로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고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화웨이도 공세 강도를 높이고 있다. 멍완저우 CFO는 캐나다 국경요원들이 그녀를 체포하기 전 3시간 동안 불법적으로 억류하고 심문한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화웨이 의장 궈핑은 미국이 자국 기업과 정보기관을 도울 목적으로 화웨이를 방해한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