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정말 ‘중국제조 2025’를 포기했을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중국제조 2025’라는 슬로건을 공식적으로 삭제했지만 그 내용은 고스란히 남겨뒀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열린 중국 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2차 연례회의에서 리커창 총리는 약 100분간 정부 업무보고를 했다. 여기서 리 총리는 ‘중국제조 2025’란 말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제조 2025’는 2025년까지 의료·바이오, 로봇, 통신장비, 항공 우주, 반도체 등 10개 첨단제조업 분야에서 리더가 되겠다는 중국의 야심찬 제조업 육성책이다. 리 총리는 지난 3년 동안 ‘중국제조 2025’를 국가 핵심 정책으로 강조해왔다.
그러나 ‘중국제조 2025’는 미국이 눈엣가시로 여기는 중국의 정책 슬로건이다. 미국은 중국이 ‘중국제도 2025’ 정책 아래 자국 기업에 보조금을 주고 중국에 투자하는 해외기업에 기술이전을 강요하는 등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고 비판해왔다. 지난해부터 계속돼온 미중 무역협상의 핵심 쟁점 중에 하나도 바로 이 ‘중국제조 2025’였다.
리 총리가 전인대 회의에서 ‘중국제조 2025’란 말을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은 것은 무역협상이 진행 중인 미국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WSJ는 ‘중국제조 2025’라는 말만 사라졌을 뿐 핵심 내용은 그대로라고 분석했다.
리 총리는 차세대 정보기술과 첨단장비, 생물 의학, 신에너지 자동차 등을 육성해야 할 신흥 산업 목록으로 제시했다. 그런데 이 내용은 모두 ‘중국제조 2025’에 포함돼 있던 것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이어 리 총리가 “정부는 제조업 분야에서 강한 중국을 만들기 위해 더 빨리 움직일 것이며, 더 많은 국내 및 해외 소비자들이 중국 제품과 서비스를 선택하도록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 또한 ‘중국제조 2025’가 표방했던 목표와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에스워 프라사드 코넬대학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 내 강경파가 중국은 구조적인 이유로 절대 변할 수 없다고 믿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라며 “전인대에서 나온 리 총리의 발언이 그들의 우려를 입증해줬다”고 분명히 강조했다.
미국 정부 관리들은 계속해서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실질적인 진전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WSJ는 지금까지 중국이 기업이나 산업 분야에 보조금을 줄인다는 신호를 읽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는 “정부는 전략적이고 새롭게 떠오르는 산업 분야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써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재무부의 2019년 예산 보고서에도 “양질의 제조업을 장려하기 위해 정부가 자금과 자원을 핵심 전략 분야에 흘러들어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나타났다.
중국의 지방정부들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는데 나서고 있다. 주로 빅데이터, 전자상거래 및 인공지능 같은 기술 관련 분야가 여기에 해당한다. 중국 동부 저장성은 로봇과 인공지능을 활용해 향후 2년간 연간 생산량을 15%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지 관리는 “미국인들이 싫어하기 때문에 중국제도 2025를 더 이상 언급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그러나 정부는 중요 산업에 대한 지원을 계속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중국 고위 관리는 기자회견에서 중국제조 2025가 보고서에 생략된 것에 대해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공간이 부족했다”고만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