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은 2011년 기술 수출한 수면장애신약 솔리암페톨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시판 허가를 받았다고 21일 밝혔다. 국내 기업이 개발한 중추신경계 신약이 FDA 승인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솔리암페톨은 SK바이오팜이 처음으로 내놓는 FDA 승인 신약이다. 1996년 솔리암페톨 개발에 착수한 SK바이오팜은 임상 1상을 마치고 애리얼바이오파마에 기술 수출했다. 이후 2014년 미국 재즈파마슈티컬스가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글로벌 상업화 권리를 인수, 2017년 6월 임상 3상을 완료하고 같은 해 12월 FDA에 시판 허가를 신청했다.
조정우 SK바이오팜 사장은 “우리가 발굴한 혁신신약이 FDA 승인에 성공했다는 것은 그간 중추신경계 신약 개발에 매진한 SK바이오팜의 연구·개발(R&D) 능력이 성과로 나타난 쾌거”라고 말했다.
FDA는 솔리암페톨을 기면증 및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한 주간 졸림증을 겪는 성인 환자들의 각성 상태를 개선하는 치료제로 허가했다.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꼽히는 기면증은 발생 원인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으나, 수면과 각성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의 농도 저하 등에 따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는 것은 물론 상해를 초래할 수 있는 질환이다.
재즈는 기면증치료제 ‘자이렘’으로 글로벌 수면장애치료제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이다. 솔리암페톨은 기면증 대비 환자 수가 10배가량 많은 수면무호흡증까지 승인을 획득해 자이렘을 뛰어넘는 시장 가치가 기대된다.
솔리암페톨은 올해 상반기 내 미국 시장에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기면증 시장은 2019년 기준 16억 달러(약 1조8000억 원) 규모에 달하며, 2025년 29억 달러(약 3조3000억 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한·중·일 등 아시아 12개국 판권을 보유한 SK바이오팜은 앞으로 아시아 지역 상업화에 착수한다.
1993년 신약 개발에 뛰어든 SK는 26년에 걸쳐 중추신경계 질환 신약 개발에 주력했다. 최 회장은 성공 확률이 9.6%에 불과하다는 신약 개발에 장기간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한 2007년부터는 신약 개발 조직을 직속 부서로 두고 그룹 차원에서 R&D와 투자에 공들이고 있다.
최 회장의 뚝심은 연내 다시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치료제 ‘세노바메이트’의 신약판매 허가 신청서(NDA)를 지난해 11월 FDA에 제출해 지난달 심사에 들어갔다. 약 10개월의 검토 기간을 거쳐 오는 11월 21일 최종 허가를 획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노바메이트는 솔리암페톨과 달리 SK가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시험, 허가 신청까지 모든 과정을 독자적으로 진행한 신약 후보 물질이다. FDA의 허가를 받으면 미국 상업화 과정도 현지 법인인 SK라이프사이언스가 직접 진행할 예정이다. 상업화에 성공하면 국내 기업이 FDA 허가에 이르는 전 과정을 수행한 첫 번째 신약이 탄생한다.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의 유럽 내 상업화를 위해 스위스 아벨 테라퓨틱스와 총 5억3000만 달러(약 6000억 원) 규모의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부터는 일본인 임상을 시작해 아시아 진출을 위한 준비도 진행 중이다.
최 회장은 SK바이오팜을 연구와 임상 개발은 물론 생산 및 판매까지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글로벌 종합제약사(FIPCO·Fully Integrated Pharma Company)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워놨다. 세노바메이트와 솔리암페톨을 글로벌 시장에 내놓으면서 조현병, 조울증, 파킨슨병 등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에도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