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테크놀로지가 경쟁사인 애플에 5G 칩을 판매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가운데 애플의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라이벌의 손을 잡기가 껄끄럽다. 그렇다고 손을 뿌리치기엔 애플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 애플은 이미 5G 스마트폰 개발 경쟁에서 삼성전자는 물론 화웨이, 샤오미 등에 뒤처져있기 때문이다.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은 14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애플을 포함한 스마트폰 제조사에 5G 칩을 판매할 의향이 있다”며 “이 부분에서 우리는 개방돼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11일 리처드 유 화웨이 소비자사업부문 최고경영자(CEO)도 인터넷 매체 ‘36Kr’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5G 반도체 판매를 외부로도 열었다. 애플이 사용하길 원한다면 동참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화웨이는 올 1월 스마트폰용 5G 반도체 칩을 발표, 반도체의 자급률을 높여나갈 뜻을 밝혔다. 지금까지 자체 개발한 반도체는 자사 제품에만 쓰고, 외부에는 공급하지 않았다.
애플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5G 스마트폰 개발에 뒤처진 애플로서는 선택의 폭의 넓지 않다. 올해 출시된 5G 스마트폰에는 대부분 퀄컴의 반도체 칩이 사용됐다. 애플도 그동안 아이폰에 퀄컴과 인텔의 모뎀을 사용해 왔다. 그러나 2017년 1월 시작된 특허 분쟁으로 퀄컴과 관계가 틀어진 상태다. 이 때문에 퀄컴으로부터 5G용 반도체 칩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대체 조달처인 인텔은 개발이 늦다. 5G를 지원하는 인텔의 모뎀은 2020년께나 출시될 예정이다. 최악의 경우 애플은 2020년까지 5G용 단말기를 시장에 내놓지 못할 수도 있다.
애플도 반도체를 자체 개발한다고 하지만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팀 쿡 애플 CEO도 “지금 반도체에 투자한다고 해도 시장에 나오려면 3~4년이 걸린다”고 현재 상황을 인정했다.
CNBC는 반도체 기업에 의지하지 않고 5G 스마트폰을 개발하는 회사는 화웨이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애플이 올해 5G 스마트폰을 출시할 계획이라면 화웨이가 대안일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라이벌 관계에 있는 화웨이가 애플에 손을 내민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한다. 화웨이 입장에서는 외판이 이뤄지면 규모의 경제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 미국과 중국이 첨단 기술을 두고 마찰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자사 기술을 널리 알리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한편, 애플과 퀄컴 간 300억 달러에 달하는 특허 전쟁이 본격화한다. 16일부터 5주 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연방법원에서 열리는 특허 소송에 팀 쿡 CEO는 물론 스티브 몰렌코프 퀄컴 CEO까지 증언에 나설 전망이어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