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소주 업계가 위태롭다.
지역소주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경월소주, 충북소주 등이 줄줄이 대기업에 인수되면서 현재 대전, 전라, 부산·경남, 제주 등 일부 지역에서만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지역 소주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전국 유통에 드라이브를 건 기업도 있었지만 서울지역 점유율 일부를 올리는 대신 오히려 안방에서 경쟁 브랜드에 밀리는 수모를 당한 사례도 한 두번이 아니다. 이 같은 지역 소주의 위기는 갈수록 심화돼 실적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주요 지역 소주 기업 5개사 가운데 3개사가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년 대비 매출은 대선주조를 제외하고 일제히 하락하며 시장점유율에서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에 크게 밀린 상황이다.
무학은 지난해 9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매출도 23.26% 줄어든 1775억 원으로 고꾸라졌다.
보해양조와 한라산도 무학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보해양조는 영업손실이 100억원에 달했다. 매출은 무학의 절반이지만 적자는 20억원이나 많은 수준이다.
대선주조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 소주가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든 배경으로는 △한정된 시장 △낮은 출고가 △대기업에 비해 낮은 브랜드 인지도를 꼽을 수 있다.
하이트진로는 1일부터 참이슬(360ml)의 출고가를 1015.7원에서 1081.2원으로 65.5원(6.45%) 올렸다. 이에 비해 지역 소주의 출고가격은 여전히 900원대에 머물러 있다. 무학의 좋은데이(360ml) 출고가는 915.36원으로 2015년 가격을 인상한 이래 4년째 동결 중이다. 이는 2015년 하이트진로가 출고가를 인상할 당시 961.7원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출고가가 낮으면 가격경쟁력 면에서 유리할 것으로 보이지만 주류업계의 유통 과정상 제조사에 유리한 측면은 거의 없다. 식당 등에서 판매하는 소주 가격은 선두 기업의 가격에 맞춰 동일한 가격을 책정한다. 도매상이나 소매상은 이익을 볼 수 있지만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없는 셈이다. 유통망이 시장을 좌우하기 때문에 점유율을 끌어올리기란 쉽지 않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출고가가 곧 주류기업의 매출이지만 소주는 대형마트나 편의점 소비보다 식당과 주점 등에서의 소비가 많다. 식당이나 주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출고가를 반영해 가격을 책정하기보다 브랜드 상관 없이 소주가격을 거의 비슷하게 통일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 저렴하지 않은 소주를 굳이 선택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