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10일 미·중 무역협상을 앞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쇼크’로 글로벌 증시가 크게 휘청인 가운데서도 국내 증시는 비교적 선방했지만, 무역분쟁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증권가 역시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투자자들에게 위험자산에 대한 노출도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8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8.98포인트(0.41%) 내린 2168.01에 거래를 마쳤다. 이틀 연속 약세를 이어가며 2160선까지 후퇴했지만 밤 사이 미국 뉴욕증시가 2% 가까이 급락하고 일본 도쿄증시가 1% 넘게 빠진 것에 비해 그나마 선방했다는 평가다.그러나 안심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미·중 무역협상이 결과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단 무역협상이 장기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두연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언급한 대중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는 현실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며 “무역협상의 세부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협상 마지막 단계에서 중국을 압박해 원하는 것을 더 많이 얻어내려는 전략적 판단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강재현 현대차 연구원도 “현재 미국과 중국이 모두 마지막 합의를 앞두고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연초와는 다르게 양국의 금융시장과 경기가 모두 안정됐기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양국의 경기 리스크 측면에서, 협상이 장기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예정대로 회담에 참석하고 미국은 추가 관세부과를 연기하는 시나리오라면 궁극적으로는 미·중 협상이 상반기 중 타결될 것”이라며 “그러나 현재로서는 서프라이즈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도 “10일 협상 타결에 이어 6월 정상회담이 이뤄지는 시나리오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무역협상이 중단되고, 기존 2000억 달러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25%로 상향, 나머지 3250억 달러 수입품 관세부과를 위한 절차를 개시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존재한다”고 밝혔다.미·중 무역협상 결과와 관련해 의견이 분분하지만 투자자들이 신중한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데는 의견을 함께했다. 강 연구원은 “증시 조정이 길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라면서도 “협상 타결 이전까지 불확실성 및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며 국내 증시도 당장 추가 조정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무역분쟁 이슈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클 수밖에 없다”며 “향후 위험자산에 대한 노출도를 줄이고, 주식시장 포트폴리오 베타를 낮춰야 한다”고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