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무리하게 상용화 곳곳 먹통… ‘정부주도 5G’ 한계 노출

입력 2019-05-13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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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19-05-12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과욕이 부른 ‘5G 부실 논란’

▲3사 비교
▲3사 비교

5G 서비스가 시작됐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이투데이가 전국 주요 광역시를 돌며 직접 확인한 결과 이통사가 대대적으로 내세웠던 기존 LTE보다 20배 빠른 5G 서비스는 전국 어디에서도 사용할 수 없었다.

4G LTE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일부 통신사의 경우 주파수 간섭으로 인해 LTE 전국 평균속도보다 떨어지기도 했다. 때문에 세계 최초 5G폰인 갤럭시S10 5G를 서둘러 구매했던 일부 소비자들은 이통사에 개통 취소 문의도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과방위 소속 이철희(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기부를 통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4월 30일 기준) 5G 단말기를 구매했다가 기기를 반납하고 개통을 철회한 사람이 1316명으로 집계됐다. KT의 경우 기존 4G 사용자들 사이에서 갑자기 네트워크 속도가 느려졌다며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통사는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세계 최초 5G 타이틀을 위해 상용화 일정을 무리하게 앞당겨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4G와 5G 차이 없다… 5G 서비스는 결국 소비자 우롱 = 산술적으로 5G는 LTE 대비 최대 20배 빠른 속도를 제공한다. HD급 2GB용량 영화 1편을 다운로드할 때 LTE에서 16초가 걸리는 반면, 5G는 0.8초면 충분하다. 이는 이론적인 내용일 뿐 현실에서 기대할 수 있는 사용자의 체감 속도와는 거리가 멀다.

이투데이가 전국 주요 광역시 KTX 역사 대합실과 그 주변을 돌며 속도를 측정한 결과 5G 연결은 단 두 차례만 확인됐다. 부산과 대전에서 SK텔레콤과 KT가 5G가 잡히긴 했지만, 그마저도 불안정했다. 부산역의 경우 SK텔레콤 단말기만 5G가 잡혔다. 하지만 LTE 속도보다 오히려 느렸다. 대전에서는 5G가 떴다가 5초 내에 LTE로 전환됐다. 또 전환되면서 네트워크 간 호환이 안 돼 수십 초간 인터넷이 먹통이 되는 현상도 발견했다. 5G 단말로 4G LTE를 그대로 사용해야 하는 격이다.

올해 초 정부가 발표한 LTE의 전국 평균 속도는 150.68Mbps다. 이 중 가장 속도가 잘 나오는 철도·지하철 역사의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230.78Mbps에 달한다. 하지만, 이번 측정 결과 5G 단말의 경우 SK텔레콤을 제외한 KT와 LG유플러스는 평균치를 밑돌았다. 최근 소비자들이 불만을 제기한 5G와 LTE의 망 간섭으로 인한 속도 저하 문제가 어느 정도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현재 5G 가입자는 40만 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기지국은 전국 5만4000여 개로 87만 개에 달하는 LTE 기지국과 비교하면 턱 없이 부족한 숫자다. 이마저도 5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사실상 일반 거리에서 이동하면서 5G 서비스를 이용하기는 불가능하다. 5G는 주파수 대역이 높고 파장이 짧아 LTE보다 2배 이상의 기지국이 필요한데 전국망은 2년 뒤에나 갖춰질 것으로 보여 5G 서비스 안정화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LTE와 5G의 경계가 모호해 도대체 5G의 정체가 뭔지 소비자들은 도통 알 길이 없다. 일선 현장에서 5G를 홍보해야 하는 통신사 직원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5G 서비스를 시작하긴 했는데 홍보와 마케팅에 애를 먹고 있다”며 “사실상 현재 LTE와 5G의 속도 차이가 없기 때문에 4G때 했던 전국 속도 마케팅을 취소하는 등 소비자에게 내세울 만한 것이 없어 마케팅 현장에선 비상이 걸린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정부가 주도한 5G… 과욕이 부른 폐해? = 이통사는 세계 최초 5G를 상용화하고도 서비스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공공의 적으로 몰리고 있다. 이통사들은 정부에서 세계 최초 타이틀 때문에 무리하게 5G 상용화를 진행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모든 책임이 이통사에만 쏠리고 있는 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지난달 3일 23시 야밤에 이동통신 3사가 각각 1호 가입자를 대상으로 5G 스마트폰을 개통했다. 공식 상용화 일정인 5일보다 이틀이나 앞당긴 것이다. 5G 세계 최초를 경쟁하던 미국의 버라이즌이 앞서 예고한 11일이 아닌 4일 1시(한국시간 기준)로 앞당기려 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과기부가 이통 3사와 협의 끝에 2시간 빠르게 상용화한 것. 과기부와 이통 3사는 2년 전부터 2019년 3월을 5G 상용화 시기로 잡고 모든 일정을 진행했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단말기였다. 5G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단말기 즉 스마트폰이 있어야 하는데 4G 서비스가 이제 막 자리잡는 단계였던 만큼 어떤 제조사도 5G 단말기 출시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결국, 삼성전자가 갤럭시S10 5G폰을 내놨는데, 과기부와 이통사의 채근에 쫓겨 예정된 일정보다 앞당겨 5G 단말기를 출시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갤럭시S10 5G폰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5G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선 현재 나온 단말기는 ‘5G 베타테스트용’이라면서 구입을 미루는 일도 다반사다.

이통사 관계자는 “5G 서비스의 경우 정부와 이통사가 함께 추진한 것이고 국가적 차원에서 상용화 일정을 앞당긴 것도 헤아려 줬으면 한다”면서 “5G 서비스가 안정화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데 그때까지 일선에서 서비스를 개통한 통신사만 소비자들의 원성을 들어야 하는 게 좀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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