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옵션 상품인 키코(KIKO, 녹인.녹아웃) 거래에 따른 환차손으로 경영 위기에 몰리는 중소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중 한 중소기업이 지급하지 못한 거래금액은 두 은행에 무려 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18일 중소기업인 A기업은 최근 환율 급등으로 국내 은행 3곳과의 키코 거래에서 수백억원의 환차손을 입었지만 납입 기일까지 환차손 대금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미리 정한 약정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지만 환율이 단기 급등하면서 상단을 넘어설(녹인) 경우 계약금액의 2~3배를 시장가보다 낮은 지정환율로 팔아야 돼 기업이 손실을 입게 된다.
A기업은 계약금액의 2~3배에 해당하는 외화를 살 자금이 일시적으로 부족해 대금 납입을 하지 못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외국계은행인 B은행은 100억원에 해당하는 외화를 대신 사서 키코 거래를 청산한 뒤 부실채권으로 처리했으며 시중은행인 C은행은 납입 금액이 많지 않아 대신 납입 후 환차손 금액을 대출로 전환해 줬다.
외국계은행인 D은행은 환차손 규모나 처리 절차 등에 대한 공개를 꺼리고 있지만 최고장을 보낸 뒤 A기업이 납기일 내 대금을 갚지 않을 경우 법원 제소와 압류 등 대금 회수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은 A기업 외에도 환차손 대금을 납입하지 못해 은행이 대신 납입해주고 대출 전환이나 회수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키코가 작년 하반기에 유행했기 때문에 1년 만기가 도래하는 올 하반기에는 상당수 기업들이 키코 관련 환차손으로 경영을 위협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통화옵션 관련 기업의 환차손 규모는 3월말 현재 2조5천억원에 달하고 있으며 이중 중소기업이 1조9천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의 키코 관련 연체가 확산될 경우 은행의 건전성도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