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복수의 외교·안보 관계자들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4월 ‘대북제재 상황에서의 남북 농업 협력 추진방안 연구’라는 제목의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대북 제재 상황을 보면서 보다 적극적인 농업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지난 19일 2010년 이후 9년 만에 북한에 쌀 5만 톤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가 ‘본격적인 농업 협력은 대북 제재 해제 이후에 논의한다’는 입장에서 다소 공세적인 협력추진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한 관계자는 “남북 협력은 농식품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해 정책 기조 변화에 범정부 차원의 공감대가 있음을 시사했다.
정부는 동해와 서해 지역에 농업 공동 특구를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협력 단지를 조성해 농업 기술과 농기자재, 종자 등을 묶은 패키지형 지원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대북제재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당장 추진한다는 의미라기보다는 대북 제재 상황변화에 본격 대비하는 차원으로 전해졌다.
농업 공동 특구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남북 정상은 2007년 ‘10·4 남북 공동선언’에서 서해안의 남포와 동해안의 안변에 농업 등을 위한 ‘조선협력단지’를 건설하기로 했었다. 농업 공동 특구 사업이 현실화하면 이들 지역이 유력한 후보지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남포는 평양과 이어진 북한의 수도권 지역으로 항만 물류가 발달했다는 점이 강점이며, 안변은 인근 금강산 관광 사업과 연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는 북미 관계가 일시적으로 해빙된 2012년에도 공동 농업 단지 조성을 포함한 ‘패키지형 농업 협력’ 카드를 검토했었다. 정부는 남북 관계가 진전되면 북한에 이 같은 프로젝트를 제안할 것을 검토했지만 한반도 정세가 악화하면서 실현되지 못했다.
김영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농업 협력이 패키지형으로 추진돼야 일회성 사업으로 끝나지 않고 남북 농업이 함께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