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가까스로 정상화 수순에 들어갔지만,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처리까진 갈 길이 멀다. 추경 심의를 위한 의사일정이 합의되지 않은 데다, 추경이 심의돼도 적자국차 발행을 둘러싸고 기존 공방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커서다.
올해 추경의 최대 쟁점은 3조6000억 원 규모의 적자국채 발행이다. 정부는 6조7000억 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면서 세계잉여금 4000억 원과 기금·특별회계 여유자금 2조7000억 원, 적자국채 발행 3조6000억 원을 활용하기로 했다. 미세먼지 대응에 2조2000억 원, 민생경제 지원에 4조50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적자국채 발행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반발이 거세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청년세대의 미래를 끌어다 정권용 자금으로 쓰겠다는 것”이라며 “이대로라면 앞으로 국민의 빚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시급한 사업에 대해 예비비 3조 원을 우선 활용하고, 부족분에 대해서만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단 추경 사업들에 예비비를 활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3조 원 중 1조8000억 원은 자연재해 대응에 사용되는 목적예비비이고 나머지 1조2000억 원이 일반예비비다. 예비비를 쓸 수 있는 사업은 미세먼지 대응 정도인데, 이마저도 하반기에 다 지출해버리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산불이나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전염병에 대응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으면 예비비 활용 여부와 관계없이 추경 규모를 편성액의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추경이 적기에 효과를 내기 위해선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30일 “경기 대응용으로 편성한 4조5000억 원에 대해서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은데, 여기에서 더 줄이면 기대할 수 있는 효과가 거의 없다”며 “개별 사업의 필요성을 따져서 예산을 감액하는 게 아니라 전체 규모를 잘라낸다고 하면 꼭 필요한 사업 예산도 깎아야 하는데, 그런 식이라면 추경을 굳이 집행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토로했다.
7월 중 추경안이 처리되면 실집행은 8월부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 달 초라도 추경이 확정된다면 정부는 올해 3분기 내에 추경 예산의 70% 이상을 집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