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요국들이 인터넷 경제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법을 고려하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디지털세를 목표로 하는 프랑스를 첫 타깃으로 삼았다고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자신의 사무실에서 “통상법 301조에 따라 프랑스의 디지털세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통상법 301조는 중국과의 무역 분쟁 근거가 되는 법으로 외국의 불공정한 관행에 미국 정부가 일방적인 조치를 취할 권한을 부여한다. 양자 협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추가 관세 등 제재에 들어갈 수 있다. 조사 기간은 최장 1년이다.
미국은 디지털세를 둘러싼 국제적인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선행 실시하려는 국가들에 대해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프랑스 상원 투표를 앞두고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미국은 11일 프랑스 상원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디지털 서비스 세금이 미국 기업을 불공정하게 타깃으로 삼는 것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대통령은 해당 법안이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그것이 차별적이거나 비합리적인 것인지 미국의 상거래를 제한하는지 등을 파악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는 전 세계에서 연매출이 7억5000만 유로(약 9900억 원) 이상이면서 자국 내에서 2500만 유로 이상을 벌어들이는 IT 기업들에 대해 이들이 프랑스에서 창출한 매출의 3%를 디지털세로 부과하는 방침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비슷한 디지털 과세 도입을 보류했기 때문에 프랑스가 단독 실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은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닷컴 등 실리콘밸리 대기업의 본거지여서 디지털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공화당 소속의 척 그래슬리 상원의원과 민주당의 론 와이든 상원의원은 공동 성명에서 “프랑스와 기타 유럽 국가들이 추진하는 디지털세는 확실히 보호무역주의적이며 불공정하게 미국 기업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의 일자리를 대가로 하며 근로자들에게 피해를 끼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다른 나라들이 이런 일방적인 행동을 포기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진행 중인 다자간 프로세스에 그들의 에너지를 집중한다면 미국이 이 길을 추구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주요 20개국(G20)과 OECD는 2020년 최종 합의를 목표로 디지털세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