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이투데이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중소기업현황시스템을 통해 2016~2017년 기활법으로 사업 재편을 승인받은 기업 66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다. 승인 당시보다 지난해 영업 실적이 개선된 곳은 26곳이었고 사업 재편 전보다 영업 실적이 나빠진 곳이 30곳으로 더 많았다. 3곳은 사업 악화를 견디다 못해 폐업했다.
기업들은 기활법이 기업의 활력을 제고하는 데 실패한 것은 사업 재편 당시 약속한 정부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해양플랜트 업체 A사 관계자는 “정부가 지원을 해준다니 사업 재편에 나섰는데 막상 사업 재편을 승인받고 나니 신청 요건이 안 된다며 지원이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를 믿고 뛰어든 신사업에서 손해만 봤다”고 말했다. 사업을 재편할 당시 산업통상자원부는 A사에 수출 금융 우대와 정부 연구·개발(R&D) 사업 배려 등 6가지 혜택을 약속했다. 사업 재편 후 영업 손실이 다섯 배 넘게 늘어난 A사는 올해 사업 재편을 철회하고 본래 사업으로 돌아갔다.
철강 업체 B사 관계자도 “사업 재편에 필요한 정부 지원이 미비하다”며 “지원을 받는 데 필요한 요건을 맞추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전자 업체 C사 관계자는 “기활법에 따른 지원 자체는 혜택을 체감할 정도로 크지 않다”면서도 “정부의 사업 재편 승인으로 내부 의사 결정은 속도감 있게 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박지운 산업부 기업정책팀장은 “세제 혜택은 사업 재편을 승인받으면 자동으로 부여되지만 나머지 지원은 시행 기관별로 다른 기준이 있다 보니 기업들이 혜택을 받는데 애로가 있다”며 “(기관별) 책임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지원 기준을 완화하는 건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사업 재편 기업들의 실적 악화 문제에 대해 “사업 재편이라는 게 단기간에 성과를 보는 게 아니기 때문에 사업 재편 기간으로 정한 3년이 지나면 제도 차원의 평가를 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유진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법 취지에 맞춰 기업들이 원하는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특례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