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항한 일본 불매 운동에도 불구, 일제 취미·기호용품은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니클로와 일본 맥주 매출이 급감하고 일본 여행 취소가 줄을 잇는 것과 대비된다. 취미 용품을 중심으로 해외 직구는 오히려 늘고 있고, 대체재를 찾기 힘든 카메라나 개인적인 기호ㆍ선호도가 뚜렷한 담배 등은 불매운동 영향권 밖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18일 국내 한 대형 직구 대행업체에 따르면 1일부터 8일까지 일본 직구 및 구매 대행 건수는 직전 일주일(6월23~30일) 대비 75%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과 비교해도 건수 증가율은 59%를 기록했다. 특히 피규어와 애니메이션 등 취미 생활 관련 품목의 구매대행 건수가 높게 나타났는데 마니아 층이 두터운 취미 시장의 특성상 불매 운동 여파가 미치지 못한 것으로 회사측은 해석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의 본격적인 시행으로 여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 건담 등 취미 용품에 대한 고객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일본 불매 운동이 불붙기 시작한 지난 4일 AK플라자 수원점 5층 건담베이스 매장에서 국내 최초로 판매한 ‘HG 모빌슈트 건담 더블오 시즌2 MS 세트’는 출시되자마자 완판됐다. 최근 한 광역시에서 리뉴얼 오픈한 매장에서도 대기를 통해 입장하는 등 소비자 관심은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실제 지난 12일 한정판으로 출시된 일부 상품의 경우 현재 대부분의 매장에서 품절돼 몇몇 매장에서는 18일 재입고해 판매에 나섰다. 건담베이스는 일본계 기업인 반다이남코코리아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롯데백화점 명동점과 노원점 등 총 13개 매장이 있다.
취미 중 하나인 카메라 시장도 마찬가지다. 일본 카메라의 점유율이 압도적인 시장에서 일본 불매 운동 여파는 크지 않다는 평가다. 휴가철 성수기를 앞둔 최근 일주일(7월 10~16일)간 G마켓의 카메라 전체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 떨어졌지만 DSLR 카테고리는 무려 239% 치솟았다. 국내 DSLR 시장은 캐논과 니콘, 소니, 올림푸스 등 일본 제품이 대부분이며, 이중 캐논의 비중은 50% 이상을 차지한다.
기호품의 경우 최근 편의점에서 일본 담배와 맥주를 대하는 국내 소비자 태도는 확연한 온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현장에서는 일본 담배 판매는 크게 변화가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편의점 맥주 판매 상위권에 아사히, 기린 등 일본 맥주가 포진한 반면, 일본 담배는 국내 시장 점유율이 7~8%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기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편의점 점주는 “맥주와 달리 일본 담배는 뚜렷하게 기호가 있어 찾는 사람이 꾸준하다”면서 “특히 마일드세븐이 뫼비우스로 이름을 바꾼 뒤에는 일본 제품인지 모르는 소비자도 많아 불매운동 영향권 밖인 것 같다”고 말했다. 뫼비우스와 카멜, 세븐스타 등은 일본계 담배회사 JTI코리아의 대표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