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기자가 간다] 넥슨 전시회 '게임을 게임하다' 가보니…"게임은 질병 아닌 문화다"

입력 2019-07-1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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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넥슨의 전시회 '게임을 게임하다'에 방문했다. (김정웅 기자 cogito@)
▲18일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넥슨의 전시회 '게임을 게임하다'에 방문했다. (김정웅 기자 cogito@)

기자는 90년대 생이다. 90년대 생들에게 넥슨은 온라인게임 그 자체를 일컫는 말이었다. 넥슨 이전에도 온라인 게임은 있었지만, 온라인 게임 전문 배급사는 넥슨이 최초기 때문이다. 즉, 넥슨의 역사는 곧 한국 온라인 게임의 역사였다.

넥슨은 1994년 설립된 후 다수의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글로벌 게임 기업이다. 1996년 넥슨에서 최초로 서비스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바람의나라’를 기자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접했다. 게임이 출시된 후 5년 뒤에 ‘바람의 나라’를 처음 시작한 셈이다.

그리고 18년이 지났다. 이젠 게임을 많이 하는 것이 질병이 돼버린 세상이다. 씁쓸한 현실이다.

‘바람의 나라’에 앞서 발표된 국내 최초의 온라인 게임이 있었다. 그 주인공은 ‘단군의 땅’이다. 1994년 8월 1일 PC통신 나우컴을 통해 최초 서비스된 ‘단군의 땅’은 사용자들이 대화를 통해 상상 속의 적을 무찌르는 게임으로 ‘국내 최초 온라인 게임’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넥슨은 한국 최초의 온라인 게임 ‘단군의 땅’ 출시 25주년을 맞아 18일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게임을 게임하다’라는 이름의 문화 전시회를 개최했다. ‘문화 전시회’. 그렇다. 넥슨은 게임이 넥슨게임, 그리고 온라인게임을 즐겨온 세대들에게 문화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다.

▲ID 밴드 태그는 별로 흥미로운 콘텐츠는 아니었다. (김정웅 기자 cogito@)
▲ID 밴드 태그는 별로 흥미로운 콘텐츠는 아니었다. (김정웅 기자 cogito@)

전시를 개최한 넥슨재단은 이번 전시가 “ID 밴드를 활용해 전시장 곳곳에 설치된 ‘체크포인트’에 태깅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체험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딱히 이 ID밴드를 활용한 전시 관람이 딱히 흥미롭지는 않았다. 체크포인트에 태깅을 해봐야 키오스크에 ‘○○○님 안녕하세요’라는 영문 인사말만이 뜰 뿐 특별히 흥미로울 만한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전시회는 흥미롭지 않은 전시인가. 그렇지는 않았다. 넥슨은 자신들이 개최한 전시회의 관람객들이 자사 게임을 어떻게 추억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바람의나라... 우리의 첫 온라인 RPG. (김정웅 기자 cogito@)
▲바람의나라... 우리의 첫 온라인 RPG. (김정웅 기자 cogito@)

전시회 입구엔 게임 바람의 나라의 ‘핵심 아이템’인 ‘도토리’가 우수수 떨어져 있다. 좀 더 들어가면 초기 바람의 나라 클라이언트를 플레이해볼 수 있게도 돼 있다.

바람의 나라. 국내에서 최초의 MMORPG이자, 세계에서 가장 오랜 기간 서비스하고 있는 MMORPG. 그리고 국내의 상당히 많은 사람에게 최초의 온라인 RPG로 기억되고 있을 그 게임.

얼마나 많은 유저들이 도토리 201개를 모아 마법을 배우기 위해 “넥슨은 다람쥐를 뿌려라”를 외쳐댔던가.(다람쥐를 뿌리랬더니 도토리를 뿌리고 앉았다.) 얼마나 많은 유저들이 ‘천풍선’에 ‘타라의 남자옷’ 한번 입어보겠다고 밤을 새워 ‘흉가’와 ‘깹굴(도깨비굴)’을 돌았던가. 얼마나 많은 유저들이 죽어서 떨어뜨린 내 아이템 위에서 춤을 추는 체류범들을 보며 분루를 삼켰던가. 그러게 진작 패치 좀 하지….

아무튼, 바람의 나라 코너로 상징되는 이 전시는 그간 넥슨 게임에 대해 게이머들이 아직도 품고 있을 그 시절 우리들의 추억을 돌이켜볼 수 있게끔 구성돼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너무 익숙한 공간이라 멈춰설 수 밖에 없다. (김정웅 기자 cogito@)
▲너무 익숙한 공간이라 멈춰설 수 밖에 없다. (김정웅 기자 cogito@)

이거 여기 있어도 되는지 깜짝 놀라게 만든 작품의 전시. 서든어택은 넥슨의 역린 아니었던가? 뭐, 서든어택1과 서든어택2는 다른 게임이니까.

후속작이 어쨌든, 뒷날의 평가가 어떻게 됐든 간에 이 게임은 한때 국내 점유율 1위를 기록했던 한국을 대표하는 FPS게임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또 얼마나 많은 추억들이 이 게임에 깃들어 있었겠는가.

사진 속의 공간은 이 게임의 대표 맵 2종 중 하나인 ‘제3보급창고’다. 그리 대단할 것은 없는 전시지만, 마치 자주 가봤던 듯한 너무 익숙한 모습의 ‘제3보급창고’의 광경은 발길을 멈춰 세우고 한참을 구경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유물급 전시도 꽤나 많았다. (김정웅 기자 cogito@)
▲유물급 전시도 꽤나 많았다. (김정웅 기자 cogito@)

넥슨 게임은 아니지만 이른바 로그라이크라고 불리는 장르의 고대 게임인 ‘쥬라기 공원’이나 게임을 다루고 있는 고전 잡지 등, ‘게임의 유물’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 작품들도 많이 전시하고 있다.

잡지의 전시가 흥미로웠는데, 생각해보면 게임 매거진은 게임이 낳은 또 하나의 산업이자 문화 콘텐츠였다. 이것이야말로 게임은 질병이 아닌 문화로 거듭날 수 있다는 가장 상징적인 물건이 아니냐는 생각도 드는 전시였다.

▲아... 마비노기! (김정웅 기자 cogito@)
▲아... 마비노기! (김정웅 기자 cogito@)

가장 감동적이었던 부분은 마비노기의 전시다. 마비노기야말로 ‘문화’를 상징할 수 있는 게임이 아니었던가.

마비노기의 본질은 MMORPG다. 당연히 던전을 돌고, 몬스터를 잡고, 속칭 노가다라고 불리는 단순 반복행위 등이 이 게임에도 있다.

하지만 마비노기는 우리에게 일반적인 MMORPG 이상의 감성을 선사하는 게임이었다. 모닥불 앞에서 각자가 만들어온 음식을 나눠 먹으며 음악을 연주하던 그 시간. 각종 NPC가 시키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NPC들과 다져가는 친분들. ‘리블’(리얼 블랙, 순도 100%의 검정색) 로브 한번 만들어 보겠다고 염색키트를 수없이 낭비하던 나날들.

마비노기의 모닥불을 형상화한 이 공간에 하나둘씩 앉으면 모닥불에 불이 켜지며 마비노기의 OST인 '어릴 적 할머니가 들려주신 옛 전설'(로그인할 때 나오던 그 음악)이 흘러나온다. 그 음악을 듣던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던 시절이 있었는데….

▲게임이 질병이 된 세상. 과연. (김정웅 기자 cogito@)
▲게임이 질병이 된 세상. 과연. (김정웅 기자 cogito@)

이번 전시를 통해 넥슨은 말하고 싶은바, 아니 넥슨이 전하고 싶은 게이머들의 말이 벽 한켠에 빼곡히 적혀있다. 그들이 바라보는 게임은 무엇인가. “새로운 세상으로 떠나는 여행”, “나를 꿈꾸게 만들었던 교감의 연결고리”,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가장 빠른 방법”, “어릴 때의 추억과 현재의 일상이 공존하는 곳”

게임이 질병이 돼 버린 세상. 게임사와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게임은 질병이 아닌 문화라고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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