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첫술에 배부른 신약은 없다

입력 2019-07-2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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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은 유통바이오부 기자

올해 제약·바이오업계는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다.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로 한껏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인보사’의 판매허가가 취소되면서 시술받은 수천 명에 달하는 환자들은 억장이 무너졌다. 에이치엘비의 ‘리보세라닙’은 글로벌 임상 3상 실패의 쓴 잔을 들이키면서 세상에 없는 새로운 약을 개발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계약 규모가 1조 원이 넘는 한미약품의 비만당뇨치료제 권리를 얀센이 반환하면서 기술 수출이 언제든 백지화될 가능성이 있음을 재차 경고했다.

연달아 발생한 신약 관련 이슈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R&D) 능력에 대한 의구심으로까지 번지는 모습이다. 국내 증시에서 바이오섹터의 투자심리가 잔뜩 얼어붙은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K-바이오의 현주소”라며 냉소를 짓기도 한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은 꾸준히 성과를 내놓고 있다.

SK바이오팜은 개발이 까다로운 중추신경계 신약에 매진해 수면장애 치료제 ‘솔리암페톨’에 이어 후보물질 발굴부터 허가 신청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해낸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기술 수출 잭팟을 터뜨리며 전통 제약기업의 저력을 알린 유한양행은 올해 초에도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혁신 신약을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 수출하며 글로벌 제약기업을 향한 발걸음에 속도를 냈다.

지난주에는 바이오벤처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가 국내 바이오기업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1조5200억 원 수준의 기술 수출을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에 따냈다.

신약 개발에는 평균 1조 원 이상의 비용과 15년에 달하는 시간이 소요된다. 반면 성공률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내 기업들은 이제 막 글로벌 공룡들과의 경쟁을 시작했다.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며 단단해지는 K-바이오에 지금은 쓴소리보다 격려를 보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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