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일 우리나라 백색국가 구분에서 일본을 '가' 지역에서 '다'지역으로 격하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현재 '가', '나' 지역으로만 운영되는 우리나라 백색국가 구분에 최하 등급인 '다'를 신설해 일본을 격하하겠다는 것으로 일본의 한국 백색국가 배제에 따른 강경 대응으로 풀이된다.
성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우리도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다고 했는데 일본에 미치는 영향은"이란 질문에 "전략물자 관련된 것에서 가, 나 지역으로 구분해 관리한다. 이번에 일본이 현재 가 지역이다. 다 지역으로 신설해서 일본 다 지역으로 넣겠다. 일본에게 다른 절차를 적용할 계획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관련된 계획에 대해서 다음주 초 종합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절차와 내용 조속히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우리도 화이트리스트 제도 가지고 있는데 현재 29개 국가가 그 대상국이고 일본 포함돼있다. 여기에 대해 산업부 장관 관련 검토 거쳐서 발표하겠다"고 부연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합동브리핑에서 "일본이 안보상 우방국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우리나라도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하는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간 양국이 어렵게 쌓아온 협력과 신뢰관계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라며 이 같이 말했다.
홍 부총리는 일본이 △역사·사법적 사안에 경제적 수단을 동원해 보복을 가하고, 그 조치의 근거도 일관성 없이 변하고 있고 △전후 자유무역주의의 최대 수혜국인 일본이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무역질서를 훼손하고 있고 △6월 말 주요 20개국(G20) 오사카 정상회의에서 ‘자유롭고 공정하며 비차별적 무역환경’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다음 날 특정 국가에 차별적 조치를 행하고 △한일 간 공동번영의 전제였던 호혜적 협력관계를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글로벌 밸류체인(GVC)을 교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정부는 백색국가 배제 조치를 비롯해 지금까지 발표한 일련의 수출규제 조치들을 조속히 철회해야 할 것”이라며 “대법원 판결 문제에 대해서는 관련 당사자들과 양국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진지하게 협의에 나설 것을 재차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백색국가 배제에 따른 영향에 대해선 “관련되는 전략물자의 수는 1194개”라며 “이 중 이미 민감품목에 해당돼 건별 허가가 적용되고 있는 품목, 국내 미사용 및 일본 내 미생산 등으로 관련이 적은 품목, 소량 사용 또는 대체수입 등으로 배제 영향이 크지 않은 특정 품목들을 제외하면 총 159개 품목이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 부총리는 “앞으로도 외교적 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지만 우리도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해 수출 관리를 강화하는 절차를 밟아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조치는 WTO 규범에 전면 위배되는 조치인 만큼 WTO 제소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해나가겠다”고 부연했다.
예상되는 기업 피해에 대해선 “온·오프라인을 통해서 일본의 수출규제 제도와 그에 따른 영향,정부 지원내용 등에 대한 정보를 적시에 충실히 제공하겠다”며 “무엇보다 소재·부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도 록단기 공급 안정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수출규제 관련 품목 반입시 신속히 통관될 수 있도록 24시간 상시통관지원체제를 가동하고, 서류제출 및 검사선별을 최소화시켜 물량 확보에 최선의 지원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앞서 말한 159개 관리품목의 경우, 보세구역 내 저장기간을 연장하고 수입신고 지연에 대한 가산세를 면제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새로운 해외 대체 공급처를 발굴할 수 있도록조사비용 중 자부담을 50% 이상 경감하는 등 현지활동을 지원하고, 대체 수입처 확보를 도와주는 거점 무역관을 지역별로 지정해 지정된 거점 무역관은 지역별 공급처에 대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토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수출규제 대응이 필요한 업체에 대해제 품개발 연구개발(R&D) 등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한시적으로 화학물질 등의 인허가 기간을 대폭 단축하고, 특별연장근로의 인가 및 재량근로제의 활용을 적극 도모해나가겠다”며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기술 개발, 실증 및 테스트장비 구축, 설비투자 자금 지원 등 당장 수출규제 대응을 위해 한시라도 빨리 착수해야 하는 사업예산 약 2700억 원은 이번 국회 추가경정예산 심의 시 우선 확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기술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R&D 및 시설투자 세액공제 적용대상을 확대하겠다”며 “일본의 수출통제로 인해 대체국에서 해당 물품이나 원자재를 수입할 경우, 기존 관세를 40%포인트(P) 내에서 경감해주는 할당관세를 적용해 업체의 부담을 경감하겠다”고 부연했다.
대일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차원에선 “주력산업 공급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100여 개 전략 핵심품목을 중심으로 R&D 등에 매년 1조 원 이상 대규모로 추가 지원해 나가고, 자립화가 시급한 핵심 R&D에 대해서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세액공제 등도 추진해나가겠다”며 “해외 인수합병(M&A) 인수금융 지원, 소재·부품·장비 M&A 세제지원 등도 적극 확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국민을 믿고 흔들림 없이 대응해나가겠다”며 “국민 여러분도 정부를 믿고 적극 힘을 모아주실 것을 부탁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