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언제까지 국민연금에 기댈 것인가

입력 2019-08-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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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혜 자본시장2부 기자

이번에도 국민연금이 출동했다.

한국 증시가 출렁일 때마다 연기금은 ‘구원투수’ 역할을 해왔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은 증시 하락세에 방패막이로 나섰다. 2일부터 7일까지 1조5000억 원 상당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당국도 연기금의 역할을 강조하며 구조 요청을 보냈다.

연기금이 나서자 시장 심리가 회복하면서 하락장은 상승세로 반전했다. 국내외 악재 속에서도 1900선을 방어한 것은 연기금 덕분이라는 평가가 업계의 중론이다.

그간 국민연금은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왔다. 저점 매수가 이유였다. 동시에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정부의 노력에 협조하는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더 이상 국민연금에 기대서는 곤란하다. 한국의 국민연금은 해외 연기금과 비교했을 때 국내 투자 비중이 높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1위인 미국의 연기금도 국내외 투자 비중이 반반이다. 반면 한국은 대부분을 국내에 투자한다.

규모에 비해 수익률이 부진한 이유가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국민연금의 연초 이후 5월 말까지 국내 주식 수익률은 2.27%에 그쳤지만, 해외 주식 수익률은 16.31%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코스피 상승률은 0.03%에 불과했다. 반면 글로벌 주식시장(MSCI ACWI ex-korea·달러 기준) 상승률은 9.31%였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비중이 낮은 탓에 우리나라 국민의 노후는 ‘주식회사 대한민국’과 100% 운명을 같이한다”며 “한국 경제가 좋지 않을수록 성장성 높은 해외 국가들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도 해외 투자를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5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은 16.45%다. 국민연금은 2024년까지 국내 주식 비중을 15%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다.

국민연금을 증시의 큰손, 구원투수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국민연금의 본래 역할은 국민의 노후 보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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