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건국 70주년 국경절에 올인…‘명분’ 대신 ‘실리’ 택해

입력 2019-09-0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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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고위급 무역협상 10월 초로 연기·홍콩 ‘범죄인 인도법’ 공식 철회 용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적십자 전국대표대회에 참석해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베이징/신화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적십자 전국대표대회에 참석해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베이징/신화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10월 1일 건국 70주년 기념일 축하행사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체면치레에 나섰다.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 재개 합의와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공식 철회가 그 방증이다. 그동안은 명분을 추구하는 강경일변도였다면 최근엔 실리를 챙기는 쪽으로 급선회하고 있다는 평가다.

5일(현지시간)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측 무역협상 대표인 류허 부총리는 이날 미국 측 대표와 전화통화에서 10월 초 워싱턴D.C.에서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당초 양국은 이달 초 고위급 협상을 개최하려 했으나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결국 1개월 뒤로 미루게 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지난 1일 소비재를 중심으로 1120억 달러(약 134조 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15%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도 이에 대한 보복으로 750억 달러어치 미국 산 제품 중 일부에 5~10% 관세를 발효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9월에 협상을 재개했다가 자칫 결렬돼 미중 마찰이 더 악화하는 사태를 피하고자 중국 지도부가 미국 측에 협상을 연기하자는 의사를 먼저 전달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전화통화도 어느 쪽에서 먼저 걸었는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 상무부가 먼저 성명을 발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측에서 먼저 제안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홍콩 시위가 3개월간 이어지도록 방관만 하던 홍콩 행정부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도 시 주석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홍콩 최고지도자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전날 밤 TV 대국민 연설을 통해 격렬한 시위를 촉발한 범죄인 인도법을 공식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위대가 요구한 5대 사항 중 하나에 불과하다. 하지만 대규모 시위를 통한 시민의 호소를 권위적인 중국 중앙정부가 받아들였다는 것은 그만큼 이례적인 양보라는 평가다.

이에 대해 닛케이는 올해 여름 중국 베이다이허 비밀회의에서 나온 정치 원로들의 우려가 시 주석을 움직였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번 베이다이허 비밀회의에는 장쩌민 전 국가주석과 시 주석의 전임자인 후진타오, 총리를 지낸 주룽지와 원자바오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톈안먼 사태가 재현될 것을 우려해 홍콩 조기 진화를 주요 의제로 다뤘을 것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홍콩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면 중국도 경제적으로 막대한 타격을 받는다. 이에 시 주석은 건국 70주년 행사를 앞두고 실리를 취하고자 조금씩 양보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의 결정에 글로벌 금융시장도 환호했다. 이날 일본증시 닛케이225지수가 2% 급등하는 등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상승했다.

다만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 있다. 10월 미중 무역협상도 미묘한 시기에 열리게 된다. CNBC방송은 트럼프가 오는 10월 1일부터 현재 2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관세율을 현행 25%에서 30%로 인상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여서 고위급 협의가 관세 인상 뒤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같은 날 국경절 축하행사가 중국에서 성대하게 치러지는 가운데 트럼프가 실제로 행동에 나서면 찬물을 끼얹게 되는 셈이다. 또 홍콩에서 시위가 계속되면 시 주석은 ‘무력’이라는 어려운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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