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국민연금 제도개혁 논의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예정처가 기금 수익률 3.7%를 가정해 소진 시기를 3년 앞당기자 보건복지부가 수익률 가정이 잘못됐다고 정면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예정처는 최근 발표한 ‘2019~2060년 국민연금 재정전망’ 보고서에서 국민연금 적립금 소진 시기를 2054년으로 정부 추계(2057년)보다 3년 앞당겼다. 정부가 기금운용 수익률을 낙관적으로 전망해 적립금 소진 시기를 오판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복지부는 예정처가 오히려 수익률을 지나치게 낮게 잡았다고 반박했다. 재정추계에서 복지부는 2060년까지 평균 4.6%의 수익률을 전제한 반면, 예정처는 3.7%를 가정했다. 예정처의 수익률은 회사채 수익률에 가중치(1.38~1.62)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계산됐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회사채에 가중치를 곱하는 방식은 채권 비중이 60%가 넘던 5년 전, 10년 전에 사용하던 방식”이라며 “지금은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채권이 50%도 안 돼 투자처별 예상 수익률을 따로 계산해 합산하는 방식으로 추계 방식을 바꿨는데, 예정처는 주식이나 대체투자 확대를 고려하지 않고 채권 위주로 투자하던 시기의 방식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2000~2018년 주요국 연기금 수익률은 미국 5.5%, 일본 2.6%, 캐나다 6.7%, 스웨덴 5.6%, 네덜란드 5.5% 등이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이 기간 5.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실제 수익률을 고려하면 정부 추계도 수익률이 보수적으로 가정된 것이다.
특히 예정처의 이번 재정전망은 국민연금 제도개혁을 위한 국회 논의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국회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넘어온 개혁안을 별도의 특별위원회를 구성할지, 보건복지위원회 내에서 논의할지조차 정하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재정추계는 제도개혁의 바탕이고 그만큼 정확도가 높아야 한다”며 “지나치게 보수적인 가정을 넣어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터무니없이 떨어뜨리면 필요 보험료율이 높아지고, 국민을 설득하기도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개혁을 할 의지가 있다면 제도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부추길 게 아니라, 되도록 정확한 정보를 국민에게 알리고 진솔한 자세로 국민을 설득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