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에 득이 되는 인간관계를 맺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무리 짓기’를 통해 본인의 가치를 평가 받기 원하는 인간 본성 때문이기도 하다.
유능한 동료와 무능한 동료, 능력은 있지만 게으른 동료, 인품이 훌륭한 선배와 독불장군 선배, 스펀지처럼 업무습득 능력이 빠른 후배와 하나를 가르치면 두 개를 까먹는 후배 등 직장인의 군상은 각양각색이다.
이 중에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동행하기 위험한 부류가 있다.
본인 능력을 스스로 과대평가하는 동시에 강한 신념을 가진 이들이다. 이들이 위험한 이유는 조직 내 분란과 갈등을 일으키고 본능적으로 갈라치기에 능하기 때문이다.
이 부류는 자신이 최선을 다했음에도 조직에서 또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본인의 성과가 왜 낮을까’라고 고민하기보다 자신을 인정해줄 수 있는 주변인들을 포섭하기에 여념이 없다.
자신의 실수와 실패에 대해서도 절대 책임지지 않는 특성도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반성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성하지 않으니 사과할 일이 없다. 본인 탓이 아니라 외부환경 때문에 업무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었기 때문에 고개 숙일 일이 없다. 당연히 책임지지도 않는다.
이런 이들의 또 하나의 특징은 조직의 미래에 대해 본인만의 확고한 비전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본인 업무조차 제대로 수행할 수 없으면서 전체 조직의 개선점과 발전방향, 그리고 경쟁사와의 비교를 통해 독특한 장기성장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얼핏 들으면 ‘혹’하는 내용이 많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비합리적이고 실현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자신이 정해놓은 성장비전을 성경처럼 믿고 있다. 여기에 조금이라도 반기를 드는 사람들은 순식간에 ‘악마’나 ‘악당’으로 간주돼 인신공격 대상이 된다.
최근 만난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매혹적인 오답’으로 경제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일갈했다. 정의·평등·공정 등을 앞세웠지만,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책임을 외부환경 탓으로 돌리며 자신의 신념만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는 쓴소리다.
경제·정치·안보 등에서 굉장히 매혹적인 동시에 모순적인 정책추진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전체 국민 안전을 위해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해외에 원전 기술을 수출해 활로를 찾겠다.”(정부) “자기는 위험해 못 먹겠다는 빵을 다른 사람에게 파는 행위다. 지극히 비윤리적인 행위로 비칠 수밖에 없다.”(원전업계 관계자)
“미국이 연장을 원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종료한다.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등으로 신뢰하기 힘들어진 일본에 대한 조치다. 하지만 이것은 한미동맹을 업그레이드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정부) “한미동맹 업그레이드를 말할 단계가 아니다. 지금 전방 부대를 한번 돌아봐라. 전쟁 나면 소총 대신 스마트폰 먼저 챙길 병사들이 많을 거란 농담은 농담이 아니다.”(군 간부)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있는 것은 (경제펀더멘털이 튼튼함에도) 글로벌 불확실성에 원인이 있으므로 재정지출을 확대해 위기를 극복하겠다.”(정부) “미국 경제가 활황에 있을 때조차 한국의 성장률은 부진했다. 그때도 우리 정부는 글로벌 경제불황을 탓했다. 남 탓하기 수준이 금메달 감이다.”(재계 관계자)
정부의 목소리와 현장의 체감도가 동떨어지고 있는 것은 정부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지지세력의 응원에 기댄 채 비판의 목소리를 가짜뉴스로 재단해버리기 때문이다. ‘다양한 여론청취-반성-사과-책임-정책의 변화’라는 정책 선순환의 고리가 멈춘 셈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임상심리학자 가와이 하야오에 따르면 모성(母性) 원리는 ‘우리 아이는 모두 좋은 아이’로 본다고 한다. 하지만 부성(父性) 원리는 ‘좋은 아이만이 우리 아이’라고 구분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은 임기 2년 여 동안 인재 등용의 원칙에 ‘부성 원리’를 적용해보길 간절히 기대한다. 진보진영에 있는 우리 사람이 모두 좋은 인재가 아니다. 정말 국가 발전을 위해 좋은 인성과 능력을 갖춘 인재가 진정한 문 대통령의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