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속도로 공실(空室)이 줄고 있는 여의도 오피스 시장이 내년 ‘공급 쓰나미’로 인해 또 한번 출렁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내 경기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여의도 전체 프라임 오피스 면적의 30% 규모인 신규 오피스가 내년 공급되면서 공실이 대거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분기 공실률 24.4% → 올해 2분기 8.2%
세빌스 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울 여의도권역(YBD) 프라임 오피스 공실률(빈 사무실 비율)은 8.2%로 2013년 3분기(7.7%) 이후 5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프라임 오피스는 총면적 4만9587㎡(1만5000평) 이상의 오피스 건물을 말한다.
여의도 프라임 오피스 시장은 지난해 1분기 24.4%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공실률을 기록한 바 있다. LG 계열사들이 대거 강서구 마곡지구로 사옥을 옮기는 한편, 교직원공제회가 신사옥으로 ‘The K타워’(연면적 8만3300㎡)를 준공하면서 공실률이 전 분기보다 6.8%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위기감을 느낀 빌딩 임대인들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동시에 오피스를 찾는 신생 금융투자사들이 많아지면서 공실률이 해소되기 시작했다.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는 지난 7월 서울 종로구 삼환빌딩에서 여의도 전경련회관 20층으로 사옥을 옮겼다.
앞서 흥국증권의 법인영업본부, 채권금융본부, 리서치센터 등 3개 부서가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유안타증권 빌딩으로 이전했다. 대형 빌딩들이 일정 기간 임대료를 면제하는 렌트프리(rent free·무상 임대 제공) 방식 등을 사용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자 여의도 이전을 택하는 회사들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2012년 준공한 여의도 IFC(연면적 32만8891㎡)는 신규 임차인에 연 3개월의 렌트프리와 전용면적 3.3㎡당 50만 원 수준의 테넌트 임프루브먼트(TI·인테리어 비용 지급)를 지원하고 있다. 이에 올해 2분기에는 메리츠종금증권이 본사 조직을 하나로 통합해 IFC3에 입주하면서 공실률이 대거 해소됐다.
앞서 지난해 4분기 노바르티스와 MMC에 이어 올해 1분기 P&G코리아 등이 입주한 상태였다. 또 IFC2는 자체적으로 소형 오피스 브랜드인 ‘더 스마트 스위트 앳아이에프씨’(The Smart Suites at IFC)를 지난 6월 론칭해 소규모 입주사 모집을 통한 공실 해소에 성공했다.
게다가 수요가 큰 강남권역에 새로 들어갈 프라임 오피스가 많지 않자 여의도로 눈길을 돌리는 이전 수요도 발생했다.
업계 관계자는 “강남권역은 공유오피스 등이 대거 입주한 상태라 규모 있는 회사가 새로 입주할 사무공간을 찾기 힘들다”며 “이로 인해 비교적 임대 조건이 좋고 선택 폭도 넓은 여의도로 이전을 택하는 회사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강남권역은 올해 2분기 공실률이 3.8%에 불과하고 3.3㎡당 임대료가 10만9317원으로 여의도(8만556원)보다 35.7% 비싼 상황이다.
◇내년 오피스 공급 ‘봇물’…대형 임차인 NH투자증권 선택에 ‘눈길’
하지만 여의도 오피스 시장 안정세가 오래 지속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내년에 한바탕 공실 대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당장 내년 파크원(39만3305㎡)과 KB금융타운(6만7683㎡), 여의도우체국 재건축 프로젝트(6만8487㎡) 등이 차례로 준공되기 때문이다. 이는 여의도 프라임 오피스 면적의 30%(6월 기준)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창준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오피스총괄담당 상무는 “내년 오피스 공급이 대거 이뤄지면 여의도 공실률이 다시 20%에 육박할 수 있다”며 “성장 기조에 있는 NH투자증권이 원래 있던 여의도 사옥을 팔고 이전할 계획인데 파크원 등 여의도에서 새 보금자리로 택할지가 업계의 관심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마스턴투자운용이 구입 예정인 NH투자증권 사옥을 오피스텔로 개발할 구상을 하고 있듯이, 기존 오피스를 오피스텔로 바꾸는 흐름이 이어진다면 공실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