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물가하락 발생 사례를 분석해본 결과 유가급락기인 공급충격시엔 하락폭이나 확산성이 완만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시엔 수요충격이 발생하면서 하락폭과 확산성이 빨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국내 소비자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부진하지만 농축수산물과 유가 등 공급충격에 따른 것으로 일각에서 우려하는 디플레이션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이다.
평균 물가하락폭과 지속기간도 외환·금융위기시엔 각각 -0.9%와 5.3분기를 기록한 반면, 유가급락기엔 각각 -0.4%와 4.9분기에 그쳤다. 평균 물가하락 품목수 비중 증가폭도 외환·금융위기시엔 16%포인트인데 반면, 유가급락기엔 9.3%포인트에 그쳤다. 이밖에도 성장률 추이를 보면 외환·금융위기시엔 물가하락과 함께 성장세가 크게 둔화된 반면, 유가하락기엔 성장률 변화가 거의 없었다.
아울러 물가지수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가격이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현상도 일본 등 일부국가에 국한했다. 또 디플레이션 국가에서는 주택가격 하락이 1년 이상 발생하는 자산가격 조정이 수반됐다.
1998년 홍콩 사례도 각각 23분기, 58개품목, -2.8%에 달했다. 2009년 아일랜드 사례 역시 지속기간은 6분기에 그쳤지만 59개품목에 -3.8%를 기록한 바 있다.
반면 최근 우리나라 소비자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높았던 농축수산물가격과 국제유가의 일시적 기저효과가 작용했다는 판단이다. 실제 8월 신선식품지수는 -13.9%에 달해 2008년 10월(-15.6%) 이후 10년10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기간 두바이유 역시 18.4% 하락한 배럴당 59.13달러에 그쳤다. 이는 1월 59.09달러 이후 7개월만에 최저치며, 2016년 7월(-23.5%) 이후 3년1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환석 한은 조사국장은 “물가하락은 다른나라에서도 적지 않은 빈도로 나타났다. 다만 하락이 공급측 요인일 경우 단기간에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농축수산물가격과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로 한두달 더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연말경에는 이런 효과가 사라지며 반등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1990년 1분기부터 2019년 2분기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과 홍콩, 싱가포르 등 물가하락 경험이 있는 일부 아시아국가를 포함한 총 41개국을 대상으로 분기기준 총 83개 물가하락기를 분석한 결과다. 시기별로는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 28개와 2015년을 전후로 한 유가급락기 28개로 구분할 수 있었다. 나머지 27개 기간은 특정한 시기에 포함되지 않았다.
물가하락이 시작된 시점을 기준으로 전후 1년간 주택가격 하락이 1년 이상 발생했는지 여부를 구분해 자산가격 추이별로 보면 자산가격이 조정된 경우는 34개, 조정되지 않은 경우는 37개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