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적용되는 새로운 예대율 규제를 앞두고 시중은행들이 ‘예대율 맞추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예대율이 100%를 넘어가면 은행 영업에 제한을 받는데 새 예대율 규제는 가계대출 가중치를 15% 올리고 기업대출 가중치를 15% 낮췄다.
커버드본드가 시중은행들의 구세주가 된 모양새다. 금융당국의 정책 변화가 이 같은 분위기에 힘을 싣고 있다. 예대율 산정 시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 잔액의 1%를 예수금 인정 한도로 허용키로 한 것이다. 또 자기자본비율(BIS)과 보험사 지급여력(RBC)비율을 산출할 때 커버드본드에 대한 위험 계수를 은행채보다 낮게 적용하기로 했다.
커버드본드(covered bond)란 은행 등 금융사가 주택담보대출, 국·공채 등 우량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5년 이상 장기 담보부채권을 말한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와 시중은행에 따르면 국민은행이 커버드본드 발행에 가장 적극적이다.
전통적인 가계대출 중심 은행으로 과거 주택은행과의 합병으로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예대율은 6월말 현재 97.7%이지만 신예대율 기준으로는 103.2% 로 규제수준을 초과한다. 이에 국민은행은 올해 5월부터 9월까지 6차에 걸쳐 총 2조 600억 원 규모의 커버드본드 를 발행 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8월 연내 커버드본드 발행한도를 2조 6000억 원으로 확대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4분기 중 5400억원 규모의 커버드본드 발행에 나서 발행한도를 다 채울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SC제일은행은 지난 6월 5000억원 규모의 원화 커버드본드(이중상환채권부 채권)를 발행했다. 국민은행에 이어 은행권에서 두 번째다. SC제일은행은 6월 발행 당시 연내 발행한도를 1조 원으로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커버드본드 추가발행도 준비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0일 2000억원 규모의 커버드본드를 발행한 신한은행은 9월에 커버드본드 발행한도를 연내 1조원으로 하는 발행계획을 승인받은 상태여서 추가 발행 가능성이 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발행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6월말 기준 예대율이 101.5%에 달해 표면적으로는 커버드본드 발행이 필요한 은행으로 평가된다. 다만 우리은행은 가계여신보다 기업여신 비중이 커 신예대율 기준을 맞추는데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신 예대율이 도입될 경우 기업대출 비중이 높은 대구, 부산, 경남, 광주은행을 제외한 대부분 은행들의 예대율이 상승할 것”이라며 “특히 가계대출 비중이 높은 KB금융은 예대율이 97.7%에서 103.2%로 5.4%포인트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은행들이 예대율 하락 효과를 누리기 위해 커버드본드를 예수금의 1%까지 발행한다고 가정할 경우 예대율 상승 폭은 97.2%에서 99.8%로 2.7%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칠 것”이라며 “이 경우 은행 전체적으로 약 6조8000억원의 예수금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발행 규모가 예상보다 적을수 있는 의견도 있다.
한국투자증권 김기명 연구원은 “신예대율 규제 시행 시점이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서 아직도 준비 단계에 그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커버드본드 발행 규모가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20조 원 규모의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출시와 관련해 동규모만큼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이 줄어들어 신예대율 규제 준수가 용이해지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 은행이 커버드본드를 대규모로 발행할 확률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