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는 교착 상태에 빠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타개하기 위한 것으로 12월 총선은 96년 만이다. 영국은 2017년 조기 총선을 실시, 예정대로라면 다음 총선은 2022년 열릴 예정이었다. 어느 쪽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브렉시트의 향방이 달린 만큼 치열한 선거전이 예상된다.
여야는 이번 선거에서 과반을 확보해 브렉시트 문제에 대한 주도권을 쥐겠다는 심산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집권 보수당은 브렉시트의 조속한 추진에 힘을 싣고자 한다. 반면 야당의 경우, 노동당은 관세 동맹 잔류, EU와의 재협상을 주장하고 있다. 자유민주당은 EU 잔류를 당론으로 내세우고 있다. 야당이 과반을 차지하게 되면 브렉시트에 대한 국민투표가 재실시될 수 있다.
650석을 두고 다투는 이번 총선은 소선거구제로 치러지며, 각 선거구에서 최다 득표한 후보가 당선하는 구조다. 후보 등록은 14일까지이며, 그날 선거구별 후보자 명단이 발표되고 선거 구도가 확정된다.
여야는 벌써부터 치열한 공방을 펼치고 있다. 전날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에식스에서 열린 선거 캠페인에서 “노동당이 집권하게 된다면 6개월 안에 브렉시트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구체적으로 EU와의 기존 논의를 바탕으로 수개월 내에 새롭고 합리적인 브렉시트 합의를 체결하겠다”고 선언했다. 여기에는 EU 관세동맹 잔류, 노동자 권리에 대한 완전한 보장 등이 포함된다. 아울러 노동당은 내년 6~7월경 브렉시트 합의안과 관련한 새로운 국민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반면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제2 국민투표를 하는 것은 형편없고 소란스러운 시간 낭비가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현재 여론 지지율은 집권 보수당이 우세한 상황이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지난 1~4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수당의 지지율은 38%로 노동당(25%)과 자유민주당(16%)을 웃돌고 있다. 하지만 어느 쪽도 과반 의석확보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이미 3년간의 지루했던 브렉시트 공방으로 지칠 대로 지친 국민들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만일 어느 쪽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해 ‘헝 의회(Hung Parliament·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려 불안한 의회)’가 된다면 브렉시트의 향방 또한 혼란스러운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존슨 총리는 교착 상태에 빠진 브렉시트 추진을 위해 ‘조기 총선’ 카드를 빼 들었고, 총 네 번의 시도 끝에 의회의 문턱을 넘어섰다. 존슨 총리는 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의회 임기 고정법’에 의거, 그동안 세 번의 조기 총선 법안을 내놨지만 잇따라 부결됐다. 이에 네 번째 시도에서는 하원 과반의 동의만 얻어내는 단축 법안을 상정, ‘12월 12일 조기 총선 개최안’을 통과시켰다. EU가 브렉시트 시한을 내년 1월 말로 3개월 연기하면서, 영국의 ‘노 딜(No Deal·합의 없는) 브렉시트’의 위험성이 사라진 것이 조기 총선안 통과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