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이 최근 1년간 단 한 번의 반등 없이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세계 경기 둔화가 지속하는 가운데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석유화학・석유제품의 단가 회복 지연, 대형 해양플랜트 인도 취소, 조업일수 감소 등의 요인이 겹친 것이 원인이다.
다만 그동안 부진했던 컴퓨터와 무선통신기기 등의 수출이 호조세로 돌아서고 대(對)중 수출 감소 폭도 올해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회복의 가능성도 보였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정부는 최근 반도체와 선박 업종의 수급 개선과 기저효과(비교 시점의 상대적인 수치에 따라 결과에 차이가 나타나는 현상) 등의 영향으로 내년 1분기에는 수출이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월 수출액이 441억 달러를 기록, 작년 같은 달보다 14.3%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1일 밝혔다.
수출은 지난해 12월 -1.7%를 시작으로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5년 1월∼2016년 7월까지 19개월 연속 줄어든 이후 최장기간 마이너스 행진이다. 특히 6월부터는 6개월째 두 자릿수 감소율이 계속됐다.
이에 따라 올해 수출은 2016년(-5.9%) 이후 3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에 빠질 것이 확실시된다. 2년 연속 6000억 달러 달성 목표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 특히 2009년(-13.9%) 이후 10년 만에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할 가능성도 커졌다.
품목별로는 지난달 반도체(-30.8%), 디스플레이(-23.4%), 이차전지(-17.7%), 섬유(-12.3%), 석유화학(-19.0%), 석유제품(-11.9%), 선박(-62.1%) 등의 수출 부진이 두드러졌다.
반면 최근에 부진했던 컴퓨터는 23.5%로 증가했으며 화장품(9.9%)과 바이오헬스(5.8%) 등 신수출 성장 품목의 상승세도 이어졌다.
가격을 제외한 물량만 놓고 보면 오히려 0.3% 증가한 점도 눈에 띈다. 주요 20개 품목 가운데 반도체, 석유화학, 석유제품, 자동차 등 무려 14개 품목의 수출 물량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대중 수출이 12.2% 줄어들었으나 감소율은 지난 4월(-4.6%)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아세안 국가들에 대한 수출도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부진 탓에 19.5%나 감소했다.
유럽연합(EU)(-21.9%), 중남미(-15.9%), 미국(-8.3%), 인도(-15.7%) 등에 대한 수출도 줄었으나 CIS(독립국가연합)에 대해서는 일반기계, 가전, 컴퓨터, 선박 등의 호조에 힘입어 31.6%나 증가했다.
일본에 대한 수출은 10.9% 줄어들어 최근의 감소세가 이어졌지만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강화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수입은 1년 전보다 13.0% 줄어든 407억3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5월 이후 7개월 연속 감소세가 계속됐다.
무역수지는 33억7000만 달러의 흑자를 내면서 2012년 2월부터 94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11월 수출의 감소에도 불구 전체 수출 물량은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12월부터는 수출 감소 폭이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올해 3년 연속 무역 1조 달러 및 11년 연속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