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문 대통령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북미 대화가 중단되고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최근 상황은 우리 양국은 물론, 북한에게도 결코 이롭지 않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중국이 그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해준 점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모처럼 얻은 기회가 결실로 이어지도록 더욱 긴밀히 협력해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천시는 지리만 못하고, 지리는 인화만 못하다(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는 맹자의 고어를 인용하며 한중간의 긴밀한 협력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중은 공동 번영할 수 있는 천시와 지리를 갖췄으니 인화만 더해진다면 함께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다"면서 "내년 가까운 시일 내에 주석님을 서울에서 다시 뵙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의 협력관계 강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잠시 서로 섭섭할 수는 있지만 양국의 관계는 결코 멀어질 수 없는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국 배치 이후 빚어진 양국의 갈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또 "여러 번 중국에 왔는데 올 때마다 상전벽해와 같은 중국의 발전상에 놀란다"면서 "중국의 꿈(中國夢)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시 주석님의 리더십과 중국 국민들의 성취에 경의를 표한다"고도 했다. 이어 "중국의 꿈이 한국에 기회가 되듯이 한국의 꿈 역시 중국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주석님과 내가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과 한국의 신남방·신북방정책 간의 연계 협력을 모색키로 합의한 이후 최근 구체적 협력방안을 담은 공동보고서가 채택되었다"면서 "이를 토대로 제3국에 공동진출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다양한 협력 사업들이 조속히 실행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중한 양국은 아시아에서, 나아가 세계에서 무게감과 영향력이 있는 나라"라면서 "우리는 양자관계가 보다 더 좋게 발전 할 수 있도록하고 지역의 평화, 안정, 번영을 촉진하고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체제를 수호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넓은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우리는 줄곧 긴밀하게 협력을 해온 친구이자 파트너"라며 "현재 세계 100년 동안 없었던 큰 변곡에 대해서 우리는 중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심화시키고 발전시키면서 양국의 공통된 이익을 수호하고 넓혀야 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이어 "나는 대통령님과 함께 양자관계가 새롭고 더 높은 수준에 오를 수 있도록 견인하는 역할을 발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두발언을 마치고 비공개로 전환된 회담에서 시 주석은 “한·중 양국이 손을 잡으면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 이것은 나의 진심어린 말이다”라며 양국 간 밀접 소통을 통한 양자 관계의 심화·발전을 높이 평가했다. 시 주석은 특히 “한반도 문제에 있어 양국의 입장은 문 대통령 집권 이후 더욱 강화되었고 통하는 부분이 더 많아졌다”며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양국의 공동 입장은 양국 간 협력의 튼튼한 기초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최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교착상태에 이른 데 대해 “한반도의 긴장 상황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중은 북·미가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나가게 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라며 한반도의 평화에 일관된 지지를 보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북·미 간 대화 모멘텀을 살려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중 무역분쟁과 관련해서 시 주석은 “협력하면 모두에게 이익이, 싸우면 모두에게 상처가 남는다”며 “충돌하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해 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양국이 건설적 대화로 원만한 해결이 이뤄지길 바란다”며 최근 1단계 무역합의를 이룬 것에 대해 환영의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양국 간 스포츠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길 희망했고, 시 주석은 “우리는 평창의 깃발을 이어받았다”며 동계올림픽에서 양국 간 교류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가자고 당부했다.
미세먼지를 비롯한 환경협력과 관련해 양 정상은 환경 문제는 양국 국민들의 건강과 삶의 질에 직결되는 문제라는 데 뜻을 같이 하며 양국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일중 정상회의의 2년 연속 개최를 높이 평가하며 “정례화가 중요하다. 내년에는 한국에서 치러지는 만큼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는 곧 동북아 공동번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가급적 가까운 시일 내에 한국을 방문해 줄 것을 요청했고, 시 주석은 초청에 감사를 표하며 방한에 대해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의 방한이 양국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심화하고, 양국 교류 협력을 더욱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긴밀하게 협의해 나가자고 했다.
이날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은 예정시간을 훌쩍 넘겨 오후 12시 25분 (현지시간)에 끝났다. 한중 정상은 당초 오전 11시30분 회담을 시작해 30분 간 대화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25분 가량 넘겨 총 55분간 이어졌다. 정상회담 종료 후 양 정상은 함께 오찬을 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업무오찬에서는 양국의 문화부터 한반도 평화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주제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