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 직전 통과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막힌 민생법안들이 4ㆍ15 총선을 앞둔 여야의 ‘총선모드’에 지지부진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20대 국회가 끝나면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법안은 폐기되기 때문에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국회에 따르면 상당수 민생법안은 소관 상임위를 통과하고도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나 전체회의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9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계류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은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자의 피해입증 부담을 덜어주고, 사업자에게 추가 분담금을 징수하는 게 골자다. 피해입증 요건을 지나치게 풀어줘 사업자에게 막대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피해자 단체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며 반발했다.
10년째 공전 중인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은 소액 분쟁은 금융회사가 소송을 제기할 수 없고, 금융소비자의 청약철회ㆍ계약해지권을 도입하는 내용이다. 또 금융상품판매업자에게 수입액의 최대 50%의 과징금을 매길 수 있도록 했다. 이 법안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과 묶어 처리하기로 했지만, 인터넷은행 사업자에 대한 특혜 논란으로 법사위를 넘지 못했다.
‘모바일 상품권 인지세법 개정안’은 3만 원이 넘는 모바일 상품권은 초과분에 대해 인지세를 부과하는 경우 수익의 40~67%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 부담 때문에 부과 기준을 5만 원으로 완화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법사위 통과가 늦어지는 바람에 모바일 플랫폼에서 상품권을 발행하는 영세 사업자들은 3만 원 초과분에 인지세를 내고 있다.
‘봉천동 탈북모자 사망사건’과 ‘성북구 네 모녀 사망사건’ 등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찾아내기 위한 ‘사회보장급여의 이용 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 개정안’도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다. 이 법안은 복지 ‘위기 가구’를 찾아내기 위한 의무협조 대상에 공공주택 사업자와 공동주택 관리자 등을 추가하는 내용이다.
이 밖에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상권 내몰림 현상)을 다루는 ‘지역상권 상생 및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 미세먼지 저감 조치를 강화하는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유엔 참전용사에 대한 예우ㆍ지원 및 참전국과의 교류·협력을 강화하는 ‘유엔참전용사의 명예선양법 개정안’ 등이 법사위에 계류됐다.
국회 관계자는 “13일 본회의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가 마무리되고 여야가 총선 국면에 들어가면 법사위는 한동안 열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5월 29일로 20대 국회가 끝나면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법안들은 폐기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