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도 첫 사망자 발생…“코로나19, 전 지구적 위기 ‘질병 X’ 될 수도”

입력 2020-02-22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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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2018년에 미래 나타날 수수께끼의 병원균 유행을 ‘질병 X’로 정의…코로나19, 경증에서 중증으로 빠르게 변형

▲주세페 콘테(가운데 왼쪽) 이탈리아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로마에서 코로나19 대응 긴급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로마/EPA연합뉴스
▲주세페 콘테(가운데 왼쪽) 이탈리아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로마에서 코로나19 대응 긴급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로마/EPA연합뉴스
이탈리아에서도 처음으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그에 대한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로페르토 스페란자 이탈리아 보건부 장관은 이날 78세 남성이 북부 파두아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도중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는 사망자 포함 총 23명의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나온 상황이다.

블룸버그는 코로나19가 경증 환자를 빠르게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중증 상태로 변화시킨다며 이 바이러스가 세계보건기구(WHO)가 수년 전 경고했던 전 세계적인 감염을 일으키는 미스터리한 ‘질병 X(Disease X)’의 가장 강력한 후보라고 전했다.

앞서 WHO는 지난 2018년 2월 보고서에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과 에볼라 바이러스 등 공중보건 위험을 초래하거나 마땅한 대응책이 없는 질병들을 연구·개발(R&D) 우선순위로 지정했다. 이 보고서에서 지목된 질병 X는 미래 매우 심각하게 전 세계로 병을 전염시킬 수 있는 알려지지 않은 병원체를 가리킨다. 즉 질병X는 그동안 나타나지 않았지만 발생하면 전 지구적 위기를 불러일으킬 재앙적 병원체인 것이다.

코로나19는 단순히 병을 널리 퍼뜨리는 것 이외에도 그 증상도 매우 심각해 질병 X 카테고리에 맞는 첫 전염병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코로나19에 대한 최근 보고서를 살펴보면 때로는 감염 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두 번째 주에 치명적으로 변하는 수수께끼 현상이 나타난다. 불과 3개월도 안 돼 중국을 중심으로 약 7만7000명이 감염됐으며 22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소재 에라스무스대학의 매리언 쿠프먼스 교수는 “코로나19가 억제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이 바이러스는 질병 X 카테고리에 적합한 첫 번째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WHO 긴급위원회 멤버다.

이미 코로나19는 전 세계 20개국 이상에 퍼졌으며 중국과 연관이 없는 지역사회 감염도 나타난 상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이날 미국에서 지역사회 감염이 결국 발생할 가능성이 크며 전 세계적인 유행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는 사스 변종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사스와 달리 감기처럼 코와 목으로 매우 쉽게 전파되며 증상이 아주 경미해 무증상인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도 병을 전염시킬 수 있어 17년 전 ‘사스와의 전쟁’ 당시 크게 도움이 됐던 ‘체온검사’도 무용지물인 상황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코로나19는 치사율이 9.5%에 이르는 사스보다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전염성은 더 높다. 현재 환자의 80% 이상이 경미한 증상이며 곧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7명 중 1명은 폐렴과 호흡 곤란, 기타 심각한 증상이 발생한다. 또 약 5% 환자는 호흡 부전과 패혈증, 다발성 장기 부전 등 생명이 위급한 상황으로 발전한다.

싱가포르 의사들은 전날 미국의학협회저널에 낸 논문에서 “사스와 달리 코로나19 환자는 무증상에서 경증, 중증에 이르기까지 범위가 매우 넓다”며 “질병의 임상적 진행은 사스와 유사한 것 같다. 환자가 첫 주 끝 무렵이나 두 번째 주에 폐렴으로 발전했다”고 전했다.

노인, 특히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만성질환이 있는 성인은 중증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밝혔다. 그러나 싱가포르 의료진에 따르면 이런 병이 없는 환자들도 중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듀크-싱가포르국립대 의과대학의 왕린판 전염병 프로그램 책임자는 “중국에서 코로나19를 처음으로 경고한 34세의 의사 리원량은 감염 초기 경미한 증상을 보였으나 폐렴이 생기자 이틀 만에 사망했다”고 지적했다.

세계적인 전염병 전문가인 그레고리 폴랜드 메이요클리닉 명예교수는 “이와 비슷한 패턴의 염증은 1918년 스페인독감 발병 당시 사망한 환자들에게서 발견됐다”며 “감염되면 언제나 전투가 벌어진다. 그리고 그 전투는 바이러스가 저지르는 피해와 몸이 병원체를 물리치려 하면서 나올 수 있는 피해 사이의 전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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