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업계에 따르면 성남시는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2일까지 분당구 삼평동 641번지 일대를 매입할 기업을 모집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6시까지 입찰 기업이 한 곳도 나타나지 않으면서 이번 매각은 무산됐다.
대지 면적이 2만5719㎡에 이르는 이 땅은 판교구(區) 신설에 대비해 구청 부지로 마련된 땅이었다. 중앙정부에서 행정 효율성을 이유로 판교구 신설을 막으면서 성남시는 이 땅을 주차장 등으로 썼다. 지난해 7월 성남시와 시의회는 판교구청 부지에 기업을 유치하고 매각 대금으로 학교 신설ㆍ교통망 구축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부지 매각을 결정했다.
성남시는 매각 공고를 내면서 판교구청 부지에 첨단ㆍ벤처기업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고용 규모와 매출이 큰 신흥기업을 데리고 와 매각 수입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토끼’를 모두 노리겠다는 구상이었다.
매각 결정 이후 부동산 개발 업계에선 판교구청 부지를 금싸라기 땅으로 꼽았다. 판교구청 부지가 신분당선ㆍ경강선 판교역과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데다 경부고속도로와도 가까운 ‘노른자위’에 있어서다. 판교테크노밸리 조성이 마무리되면서 빈 땅이 부족해지고 있다는 점도 판교구청 부지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렸다.
성남시 관계자는 매각이 결정된 이후 IT업계를 중심으로 매입 조건과 절차 등을 묻는 문의가 꾸준했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카카오와 NC소프트 등이 입찰에 관심을 보였다고 알려졌다.
정작 12월 열렸던 1차 입찰에선 아무도 입찰에 나서지 않으면서 매각이 무산됐다. 지난달 카카오는 2차 입찰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일찌감치 밝혔다. NC소프트 관계자도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성남시가 땅값을 너무 비싸게 불렀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성남시는 감정평가를 통해 판교구청 부지 매각을 위한 기초 가격으로 8094억 원을 책정했다. 3.3㎡당 약 1억385만 원꼴이다. 2018년 판교의 오피스빌딩인 알파돔시티 6-3블록(연면적 7335㎡)은 3.3㎡당 1720만 원대에 거래됐다.
이번 입찰마저 유찰되면서 성남시는 첨단산업육성위원회를 열어 추후 매각 방식을 논의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판교구청 부지가 첨단산업육성위원회 결정을 통해 수의계약 방식으로 매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